한국일보

집 값 떨어질 때를 기다린다

2003-02-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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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팔고 렌트 살기’ 증가

‘너무 올라 지금은 살 때 아니다’ 판단
주택판매이익에 대한 세금감면혜택도 일조
주택가격 더 오르면 추가이익 놓칠 수도

웨스트힐스에 거주하는 에일린 조운스는 지난 1991년 4,000 스퀘어피트의 집을 65만 달러에 샀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01년 86만5,000달러에 팔았다.
집을 팔고 나면 대개 금방 다시 사게 되지만 조운스는 아직도 집을 살 마음이 없다. 집을 언젠가는 살 것이지만 지금 당장 사지는 않을 작정이다. 많이 오른 집값이 아직도 진정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고, 집을 처분한 이익금이 현금으로 손안에 있는데 굳이 섣불리 나서서 손해보는 경우는 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집을 처분한 이익금을 쥔 채 아파트를 렌트해 살고 있는 그는 “집값이 떨어질 때까지 얼마든지 더 기다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은행차압주택이나 가격이 ‘좋은’ 물건을 고를 계획이라는 그는 고가의 주택들은 가격이 벌써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조운스처럼 주택판매 이익금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아파트에 렌트해서 살며 주택시장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2-3년간 주택가격이 상당히 오른 상태로 조만간 내려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주택판매이익금에 대한 세금혜택이 주어지면서 많은 셀러들이 집을 곧바로 매입하는 대신 렌트생활을 하면서 ‘때’를 기다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세법개정으로 주된 주거 주택에서 지난 5년중 2년이상을 살면 혼자인 경우 주택판매이익의 25만달러까지, 부부공동인 경우 50만달러까지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집을 팔면 금방 더 큰 집을 사야했던 과거와는 달리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이다.
집을 팔고 아파트로 옮기는 이들은 집에 살 때와 같은 안정감을 누릴 수는 없지만 대신 가드닝이나 수영장관리 등 주택유지비가 들지 않아 주거비도 상당히 절감된다고 좋아한다. 조운스는 아파트에 살면서 주거비를 월3,600달러나 줄일 수 있었고 이 돈을 저축해서 다음에 집을 살 때는 더 큰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일랜드팍의 부동산업체 대표 밥 테일러는 집을 팔고 렌트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지난해 크게 늘었다고 밝히고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서 타이밍을 노리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주의를 환기했다. 그는 “지난 1997년 주택가격이 크게 뛰었는데 부동산시장이 7년 오르고 3년 내린다는 패턴을 따른다면 아직도 몇 년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만약 지금 집을 팔고 부동산 시장에서 벗어나 버린다면 앞으로 오를 부분은 챙기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부동산 브로커는 “지난 1990년에 집을 팔고 기다렸다가 지진이 발생하여 집값이 폭락한 1994년에 집을 샀다면 그런 경우는 횡재했겠지만 누가 주택시장의 앞날을 알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타이밍을 노리는 팔고 렌트해 사는 작전이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투자방법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사를 쉽게 할 수 있는지, 자녀의 학교나 라이프 스타일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구사해야할 투자 테크닉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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