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혼돈’(Chaos)★★★★½

2003-02-21 (금)
크게 작게
불공평한 대우-멸시 받는 여성들의 통쾌한 복수극

페미니스트인 프랑스 여류감독 콜린 세로(각본 겸)의 흥미만점의 성에 관한 얄궂은 코미디이자 인종문제를 다룬 가차없는 사회 비평이다. 여기에 인간성의 부활과 자아발견이라는 드라마적 주제와 액션과 스릴까지 섞어 넣은 온갖 장르의 영화다.



뚜렷한 주제는 피부와 계급에 상관없이 이 세상에서 여자들이 당하는 불공평한 대우와 멸시에 대한 통쾌한 복수.
연약한 것 같은 여자들이 여성의 힘을 결집시켜 이 세상의 모든 돼지 같은 남자들에게 복수(물리적이자 정신적으로)한 뒤 태양을 즐기며 만족의 미소를 짓는 모습이 섬뜩하면서도 대견스럽다.

부부간 대화가 이미 중단된 파리의 중년부부 폴(뱅상 랑동)과 엘렌(카테린 프로)은 전형적 부르좌. 둘은 어느 날 밤차를 타고 파티에 가던 중 핌프들로부터 죽도록 구타당하는 창녀 말리카(라시다 브라크니가 불타는 야성미와 함께 민감하면서도 맹렬한 연기를 한다)로부터 도움을 요청 받으나 인간성이 죽어버린 폴은 차 문을 잠그고 지나가 버린다.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엘렌은 수소문 끝에 병원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말리카를 찾아낸 뒤 자신의 변호사 일은 물론이요 가사까지 내팽개친 채 말리카를 정성껏 돌본다.

엘렌은 말리카를 돌보면서 자기가 더 이상 비인간적인 남편과 이기적인 대학생 아들이 있는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엘렌은 자기에게 진실로 필요한 사람은 말리카임을 깨닫는데 엘렌은 말리카를 간호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새 사람이 된다.

서브 플롯으로 말리카의 과거가 회상식으로 이야기된다. 알제리 태생인 말리카는 아버지가 자기를 결혼이라는 명목 하에 팔아먹으려는데 반발, 가출한 뒤 파리에 왔다가 대규모 매춘조직의 섹스 노예가 된 것.

그리고 엘렌은 말리카가 마련한 핌프들에 대한 치밀한 복수계획에 동참하는데 말리카가 복수하는 남자들 중에는 폴까지 포함돼 있다(이 서브 플롯이 아주 통쾌하고 코믹하다). 거칠게 아름다운 브라크니와 온순한 모습의 프로의 콤비가 좋다.

성인용. New Yorker.
뮤직홀(310-274-6869), 플레이하우스(626-844-6500), 타운센터6(어바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