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데이빗 게일의 인생’(The Life of David Gale)★★★(5개 만점)

2003-02-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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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 반전 불구, 뒷맛 남긴 사형제 폐지

사형제를 반대하는 영국 감독 앨란 파커의 사형제 폐지를 위한 캠페인 영화이자 스릴러다. 플롯이 배배 꼬여 잠깐 한눈을 팔다간 이야기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정도인데 마지막에 충격적인 반전이 있다.


주인공역의 케빈 스페이시가 나온 또 다른 스릴러 ‘평상시의 용의자들’을 연상케 하는데(복잡한 플롯과 마지막의 반전) 필요 이상으로 플롯을 뒤튼 감이 있다. 사실 자세히 보노라면 플롯의 전개를 어느 정도 짐작까지 할 수 있다. 굉장히 어두운 내용으로 그런 대로 재미는 있지만 사형제 폐지를 옹호하는 영화가 사람들을 아주 고약하게 다루어서(쓰레기나 넝마처럼 취급된다) 기분이 개운치가 않다. 파커와 니콜라스 케이지가 공동 제작했다.


무대는 미국서 가장 사형집행을 많이 하는 텍사스의 오스틴. 기자정신이 투철한 잡지사 여기자 빗시(케이트 윈슬렛)가 사형수 데이빗 게일(스페이시)의 처형 사흘 전 그를 인터뷰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형제 폐지론자인 대학 교수 게일은 같은 운동을 벌이던 콘스탠스(로라 린니)를 겁탈 살해한 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침묵을 지켜오던 그가 빗시에게 인터뷰를 자청하면서 게일의 교수시절과 콘스탠스와의 관계 등이 회상된다. 그리고 게일은 빗시에게 자신은 무죄라며 그녀에게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사실들을 찾아줄 것을 당부한다.

빗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 싸우며 잡지사 인턴인 잭(게이브리얼 맨)과 함께 게일의 과거를 캐나가며 영화는 스릴러 형태를 갖춘다.
한편 불치의 백혈병을 앓던 콘스탠스의 생전 동료였던 더스티(맷 크레이븐)가 빗시의 뒤를 집요하게 미행하면서 위기감마저 감돈다(불필요한 설정). 그리고 빗시가 묵은 모텔 방에 콘스탠스의 죽음이 찍힌 비디오 테입이 전달되면서 빗시는 게일의 무죄를 확신케 된다.

과연 게일은 무죄인가. 영화는 처음부터 끝가지 게일이 자신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기 변호사인 브랙스턴(리온 리피) 등 사람들을 조정하고 또 모든 것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지지만 마지막에 가선 그것마저 분명치가 않다. 대학 교수인 게일이 자기 제자였던 벌린(로나 미트라)과의 관계 때문에 학교에서 쫓겨나고 알거지가 되는 서브 플롯은 쓸데없는 얘기다.

이 영화는 신문기자 지미 스튜어트가 사형선고를 받은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려고 노력하는 훌륭한 드라마 ‘콜 노스사이드 777’(1948)을 생각나게 하는데 옛날 영화가 훨씬 고급이다. 좋은 배우들이 나오나 연기는 눈에 띄는 것이 없다.

R. Universal.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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