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 볼 만한곳 프레지어 팍

2003-02-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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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설원 ‘사박사박’눈꽃 트레킹

아무 것도 쓰여지지 않은 백짓장처럼 눈부신 설원. 나무마다 눈꽃이 만발하고, 곳곳에서 그 설경을 만끽하는 ‘겨울 나그네’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눈이 하얗게 덮인 산길을 오르며 마음을 하얗게 비운다. 뽀드득 소리를 내며 눈 위에 선명하게 새겨지는 등산화의 발자국 속에 추억이 피어난다.

LA 근교에서 가장 먼저 눈이 내리는 지역은 LA, 벤추라, 컨카운티가 경계를 이루는 테혼 패스(Tejon Pass)의 프레지어 팍(Frazier Park)이다. 남가주 최고봉 중 하나인 해발 8,831피트의 마운트 파이노스(Mt. Pinos) 주변으로 잔잔한 설경이 평화스럽게 펼쳐진다.


프레지어 팍의 눈 풍경은 소담스럽다.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고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농가. 끝없이 이어진 올록볼록 언덕은 눈 이불을 덮고 있어 마치 흰 물결처럼 보인다. 발자국 하나 없는 눈밭에 소나무 한 그루 서있는 농가의 풍광은 그림엽서 속의 모습과 똑같다.

겨울철에 강설량 6피트에 달하는 눈고장이기 때문에 마운트 파이노스 레크리에이션 지역의 맥길(McGill) 캠핑장과 출라비스타(Chula Vista) 파킹장 일대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장으로 변한다. 최근에는 스노모빌 타기가 유행이다. 자녀들과 흰눈 위를 미끄러지는 엉덩이 썰매의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넓은 눈밭에서 눈사람 만들기, 눈싸움, 눈꽃 구경 등 눈놀이 장소가 곳곳에 있다. 주택가인 프레지어팍 타운에서 산간지역으로 향하는 출라 비스타 파킹장까지의 약 7마일 구간이 특히 눈놀이에 좋은 지역인데 산이 험하지 않고 언덕도 경사가 완만해 어린이들과 즐기기 좋다.

눈놀이를 위한 각종 렌탈 전문점들이 타운에 있으며 타운 입구 길목 커피샵에서는 차 한잔하고 겨울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다. 겨울에는 눈놀이 정보, 여름철에는 산행 안내 등의 유인물을 받을 수 있는 레인저 스테이션(661-245-3731)이 타운 록우드 밸리 로드(Lockwood Valley Rd.)상에 있다.

지난주 이 지역에는 무려 4피트의 눈이 내렸는데 정확한 적설량과 날씨에 대한 정보는 프레지어 팍 상공회의소(661-245-3731)나 인터넷(www.shopoutdoors.com)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눈놀이 외에도 인근의 수많은 계곡은 강태공들을 부르고 있는데 타운에 있는 쿠디 크릭 폰드(Cuddy Creek Pond)에는 지난주 캘리포니아주 낚시국이 송어를 방출했다.

■ 가는 길

LA에서 5번 프리웨이 노스로 1시간반 정도 가다가 테혼 패스의 고갯길을 내려서자마자 프레지어 팍 출구로 내려서 좌회전, 서쪽으로 가면 타운에 도착한다. 타운에 도착하기 바로 전까지만 해도 전혀 눈세상이 예상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을에서 쿠디 밸리 로드를 따라 서쪽 방향으로 가다가 마운트 파이노스 로드로 들어가면 환상의 설경을 보면서 산 위로 오르게 된다. 6마일 정도 산길을 오르면 출라비스타 주차장에 도달한다. 현재 출라비스타 주차장까지는 제설작업으로 눈이 말끔히 치워진 상태이지만 이 지역은 눈이 자주 내리기 때문에 스노체인을 준비하면 좋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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