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통하면 이웃이 다‘친구’

2003-02-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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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임 마통회

4·19때 대학다니고
5·16때 군복무세대

회원 16명, 환경 비슷
18년동안 매주 만나


세상에는 모임도 여러 가지.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사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구심점은 눈에 보이는 것일수록 강하다. 권력을 매개체로 한 정당, 금전적 이익을 중심으로 한 이익 단체. 이런 것들이 아니라면 명분이라도 있어야 한다. 취미 동호회라던가 학교 동문회도 그 가운데 하나일 터. 단지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이 모임을 만들었다는 것도 생경한데 그 만남이 18년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계속됐다니 21세기 인스턴트 시대에 이렇듯 오롯한 사람들도 있구나 싶어진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의 모임(회장, 조청연)은 4·19때 대학을 다니고 5·16때 군대에 있었던 세대들로 구성돼 있다. 서울역 앞의 역마차와 광화문의 초원 다방에서 쓴 커피를 마시고 돌체와 르네상스에서 고전 음악을 들었던 그들은 어쩜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들일지도 모른다.

등 푸르던 20대 시절의 공통된 추억에다 이민 생활의 연륜도 비슷하고 개인 사업을 운영한다는 외형적 유사성은 16명의 회원들은 하나로 엮는다.
세상사는 기쁨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마음과 말이 통하는 친구들과의 만남이 아닐까. 세상 돌아가는 얘기와 신변잡기지만 ‘아’하고 떼는 운에 맞장구를 딱딱 치니 대화는 고수와 명창의 화답만큼 맛갈난다.

회원들은 매주 목요일 만사를 제치고 만나 건강을 다지기 위해 골프도 함께 치고 저녁 식사도 나누며 우정을 다진다. 서로의 집에 접시가 몇 개인지 알고 있을 만큼 형편을 헤아리는 좋은 관계는 메마른 이민 생활에 있어 커다란 위로다.

아들 딸 자식 결혼식도 서로 축하해주니 기쁨은 배가된다. 잔칫날에는 노래 솜씨 뛰어난 정성기 회원이 목청을 돋워 ‘축배의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니 아름다운 세상 함께 사는 기쁨이 크다.

마음이 통한다고 우리들만 북 치고 장고 칠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얘기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는 기억할 수 없다.
몇 해전부터 마통회에서는 한국의 불우 아동 5명을 지원하고 있으며 장학 기금을 모아 불우 이웃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샬롬 장애인 선교 교회에 대한 지원과 함께 앞으로는 선교사들에 대한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

마통회는 마음이 통하고 말이 통하는 이들이라면 남녀를 불문하고 문이 열려 있다. 연락처는 (818) 240-6186, 조청연 회장에게 하면 된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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