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는 날 사랑해, 그는 날 안 사랑해’(He Loves Me, He Loves Me Not)★★★★

2003-02-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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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기서린 여자의 집념, 온몸 ‘오싹’

사이코 로맨틱 서스펜스 스릴러로 프랑스판 ‘치명적 매력’(Fatal Attraction)이다. 동그란 얼굴에 커다란 갈색 사슴 눈동자를 지닌 오드리 토투(‘아멜리’)가 나오고 제목이 달콤한 데다 화면이 다채롭고 카메라 속도도 빨라 한동안 아주 상냥한 로맨스 영화를 보는구나 했더니 영화가 후반에 접어들면서 완전히 다른 얘기로 돌변한다.


밸런타인스 데이에 프랑스 여류 감독 레티시아 콜롱바니가 팬들에게 선사하는 독극물이 든 초컬릿. 작은 체구에 아기 같은 얼굴을 한 토투가 정열에 미쳐버린 스토커로 나와 아주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자의 집념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영화로 에필로그가 온몸에 닭살을 돋게 한다.


제목처럼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됐는데 완전히 다른 두 이야기의 전반부는 여주인공의 관점에서 그리고 후반부는 남주인공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플롯의 반전이 기막히게 충격적이다.

꽃가게의 알록달록한 수백 송이의 장미꽃 속에서 커다란 눈을 가진 안젤리크(타투)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내미는 첫 장면을 보면서 이 영화가 사랑에 미친 여자의 악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이코의 이름이 천사를 뜻하는 안젤리크라는 것도 아이러니컬하다.

미술학도인 안젤리크는 심장전문의 로익(새뮈엘 르 비앙)을 광적으로 사랑하고 로익도 안젤리크를 사랑하나 문제는 로익에게는 임신한 아내 라셸(이자벨 카레)이 있는 것. 그러나 안젤리크는 로익이 이혼하고 자기에게 오겠다는 약속을 굳세게 믿고 있어 행복하기만 하다.

그런데 자기에게 오겠다던 로익이 약속을 안 지키자 안젤리크는 개스 자살을 시도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안젤리크의 얘기는 완전히 뒤집어진다. 전반부에서의 안젤리크의 행위가 후반부에서 설명되는데 안젤리크는 사랑을 위해서는 인명마저도 해칠 수 있고 또 절친한 친구인 엘로이즈(소피 기예망)에게 공갈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로익의 여환자는 왜 급사했으며 라셸은 왜 유산을 했을까. 냇 킹 콜의 달콤한 노래가 사이코영화에 야릇한 기분을 제공한다.

성인용. Samuel Goldwyn. 쇼케이스(323-934-2944),
파빌리언(310-475-0202)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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