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데어데블’(Daredevil)★★½(5개 만점)

2003-02-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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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보다 못한 액션 스릴러다. 컬럼비아작 ‘스파이더 맨’의 빅히트에 자극을 받아 폭스가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낸 또 다른 만화속 주인공의 얘기인데 내용과 연기를 비롯해 모든 것이 부실하다.

이런 영화는 컴퓨터 장난인 눈속임 시각효과로 관객들을 현혹하게 마련인데 그것마저 아이들 장난 같다. 그리고 주인공이 밤에 활약하는 사람이어서 영화가 시종일관 어두컴컴하다. 10대 초반 아래층용. 마블 코믹스의 만화가 원작.

뉴욕의 험악한 동네 헬스 키친에서 한물간 권투선수인 아버지(데이빗 키스)와 단 둘이 사는 소년 매트 머닥은 사고로 눈이 먼 뒤 아버지가 살해되면서 세상의 악인들을 직접 처벌키로 다짐한다. 아버지의 뜻대로 커서 변호사가 된 매트(벤 애플렉)는 낮에는 힘없는 사람들을 변호하고 밤이면 몸에 꼭 끼는 붉은 가죽옷과 마스크를 하고 데어데블이 돼 동네 나쁜 놈들을 닥치는 대로 두들겨 팬다.


일명 ‘겁없는 사나이’인 매트는 시각을 잃은 대신(그러나 소리의 진동으로 흐릿하게 사물을 볼 수 있다) 나머지 감각이 초인적으로 발달, 타인의 심장의 박동소리까지 들을 수 있고 하늘을 새처럼 날기까지 한다. 매트는 또 폭력을 행사하는 변호사로 양심의 가책 때문에 고백성사를 하는 종교인이기도 하다.

그가 사랑하게 되는 여인은 뉴욕 범죄 세계의 두목 윌슨 피스크(마이크 클라크 던칸)의 파트너 나치오스의 딸 엘렉트라(제니퍼 가너). 그런데 예쁜 엘렉트라는 대형 삼지창 같은 쌍칼을 쓰는 쿵푸 유단자(이 영화는 서푼짜리 ‘와호장룡’식 남녀 쿵푸 액션을 보여준다). 그러나 두 연인은 오해로 서로 필사의 결투를 벌이게 된다.

한편 윌슨은 자기 비즈니스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을 제거하기 위해 이마에 과녁이 새겨진 아일랜드인 불스아이(칼린 파렐)를 초빙한다. 불스아이는 카드, 콩, 연필 등 모든 물건을 치명적 무기로 쓸 수 있는 킬러. 엘렉트라가 불스아이에게 살해되면서 분기탱천한 매트와 불스아이의 성당 내 결투가 벌어진다. 이어 매트는 윌슨을 찾아가 그와도 한판 붙는다. 그런데 매트는 자기 아버지를 죽인 윌슨을 살려준다. 왜냐하면 속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 맙소사 플리즈!

카리스마가 있어야 할 주인공이 애플렉의 맥빠지는 연기와 모습 때문에 전연 힘을 못쓰고 그와 가너(TV 시리즈 ‘에일리어스’의 주연)의 화학작용도 미적지근하다. 마크 스티븐 존슨 감독. PG-13(매우 폭력적인데 어떻게 이 등급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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