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3년 부동산 좌담 “셀러스마켓 당분간 지속”

2003-02-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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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도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초강세를 지속했다. 그렇다면 올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 거품론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2003년 한 달을 현장에서 보낸 많은 한인 에이전트들은 아직도 ‘핫’하다는 전언이다. LA 한인타운과 오렌지카운티, 밸리, 사우스베이, 라크레센타, 동부 등 한인 밀집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에이전트 6명으로부터 부동산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들어봤다.

△참석자

서재두 <라크레센타-리맥스 트라이시티 부동산>
이상만 <밸리-리맥스 올슨 부동산>
제이 리 <동부-다이아몬드 부동산>
린 최 <오렌지카운티-ERA 뉴스타 부동산>
키 한 <사우스베이-ERA 뉴스타 부동산>
수잔 황
△진행: 이해광 기자 △정리: 배형직 기자


-올 한달 간 체감한 경기는 어땠나?

린 최: 가격 하락 예상도 있었으나 그 전망이 무색할 정도였다. 지난해 12월 불안심리로 잠시 매매가 주춤하기도 했지만 비수기인 1월에도 거래는 활발했다.

키 한: 매물이 없다. 팔로스버디스의 한 주택은 시장에 나오자 오퍼가 12개까지 들어오기도 했다. 80만~100만달러대 고가주택은 확실히 매매가 줄었지만 중간가 주택은 시장에 나온 게 없다. 증시에서 빠져 나온 투자자들이 부동산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상만: 이자가 계속 최저 수준을 유지하는 한 주택경기는 나빠질 수 없다. 렌트가 높은 상황에서 낮은 페이먼트로 집을 살 수 있다면 선택은 당연히 집을 사는 것이다. 40만~50만달러대 주택도 거래가 활발했다. 물론 80만~100만달러대 고가주택 시장의 경우 바이어들 사이에서 ‘기다리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있는 것 같다.

-주택가 거품 논란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서재두: 현재의 주택가는 결코 거품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자율이 떨어지며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은 계속 구입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라카냐다와 라크레센타 지역의 경우 10%정도 가격이 뛰었지만 매물이 없다.

한: 샌호제의 경우 IT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다. 남가주도 과거 방위산업체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비슷한 경우가 있었지만 현재는 경제구조가 다양화돼 있고 이민자 그룹이 끊임없이 주택 수요를 불러오고 있다. 수익용 매물도 찾기 어렵다. 남가주 주택 시장을 더 뜨겁게 만드는 이유다.


-상용 부동산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데.

한: 이민역사가 길어지면서 자본을 어느 정도 확보한 한인들의 경우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는 것 같다. 아파트나 상가에 대한 수요도 어느 때보다 많아져 가수요가 커진 셈이다.

수잔 황: 한인타운 아파트의 경우 공실률은 다소 상승했지만 가격은 분명히 올랐다. 특히 단독주택으로 분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4유닛 포플렉스는 투자용으로 큰 인기다. 보통 1년 렌트 수입 대비 8~9배에서 형성되던 가격도 최대 13~14배까지 뛰었다. 8.5배선에서는 찾기 어렵다. LA와 다운타운의 비즈니스 매물은 동난 상태다. 타운은 외부 유입 인구는 끝없이 늘고 거듭된 학교 부지 선정 등으로 인해 수요는 오히려 늘었지만 매물은 더 줄었다. 테넌트와 랜드로드 모두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어 자금이 부유하고 있다.

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린다. 저금리로 페이먼트는 줄고 렌트는 올라가고…. 또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의 경우 현재의 부동산을 매각할 경우 대체 투자상품이 없는 것도 그 이유다. 하지만 셀러들이 내놓지 않기 때문에 바이어가 선택할 여지는 없다. 경기의 ‘업 앤 다운’이 심해야 바이어들도 호기를 잡을 수 있지만 지금 좋은 물건 기대하기는 어렵다.

-올해도 주택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는가.

황: 전쟁이란 이슈가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지만 현 상황을 명확히 얘기하기는 어렵다. 주택가 하락을 기다리는 예비 바이어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낮은 이자로 인해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혹 금리가 2번 정도 내리 인하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1년 안에 주택가 하락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제이 리: 지난 89년 급상승으로 피크를 이루었다가 96년까지 하락했던 주택가는 2001~2002년 다시 급상승했다. 그러나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수입이 줄어들면 집 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1월은 매물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올 후반기부터는 주택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 같다. 급하게 올랐기 때문에 그만큼 떨어질 가능성은 크다. 문제는 시점이다.

이상만: 거래건수가 줄어들면서 가격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특히 고가주택 시장은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나 중간가 주택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서: 매매건수가 떨어져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보다 가격이 상승해 매매건수가 줄 것이다. 경제외적 충격파가 생기기 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지난해 9~11월에도 주택가 하락 논란이 일었지만 결국은 다시 상승했다.

-올해가 주택 구입 적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 동의한다. 이자율이 낮아 주택가 급락은 없을 것 같다. 특히 이를 이용한 다양한 론 프로그램들도 주택 구입에 유리하다. 최근에는 이자율이 5%선인 융자 프로그램도 나왔다. 전국 부동산업자협회(NAR)도 올해 주택가가 4~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자율 하락 가능성도 있지만 불확실하다. 첫 주택 구입자에게는 호기라고 볼 수 있다.

서: 전쟁이 나더라도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어와 셀러들의 관망으로 9.11 사태 이후와 마찬가지로 2개월 정도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원상으로 회복될 것이다. 어쨌거나 첫 주택 구입자에겐 지금이 적기다.

한: 치솟고 있는 아파트 렌트를 고려하면 빨리 살수록 유리하다.

-한인 밀집주거지의 지역별 전망은?

최: 오렌지카운티 한인 밀집지역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할 것이다. 한 예로 풀러튼 비치와 임피리얼의 새 주택단지는 60만~80만달러대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 매물이 별로 없다. 학군과 새집이란 두 요소를 좋아하는 한인들의 특성상 이곳에서 주택구입을 기다리는 바이어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제이 리: 동부의 경우 신규 주택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그만큼 잘 팔린다. 그러나 실수요가 얼마일지는 알기 어렵다. 상용건물의 공실률이 상승하고 수입이 줄면 당연히 매물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당장은 강한 셀러스 마켓이라 하더라도 후반기는 의심해 봐야 한다.

한: 사우스베이의 경우 팔로스버디스와 토랜스 등은 4% 정도 오를 것으로 본다. 북가주와는 상대적으로 다른 경제 구조로 인해 급락 사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89년도 정점을 치고 떨어졌던 주택가격이 지금은 당시보다 50% 이상 오른 집도 있다. 장기적으로 캘리포니아는 집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해안지역은 이미 가득 차서 LA 동부로 진출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타운 유턴과 외곽지역 유입도 갈수록 늘고 있다는데.

이상만: 동부와 함께 발렌시아 등 밸리 북쪽으로 빠지는 한인들도 많다. 새 에이전트들의 특징이 신축 주택 단지가 늘어나는 지역을 공략하는데 그 영향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스티븐 랜치, 발렌시아 등이 뜨고 있지만 문제는 통근이다.

황: LA 외곽지대에서 한인타운 등으로 다시 들어오는 유입 인구도 꽤 된다. 여기에는 은퇴 연령층은 물론 편리한 교통 때문에 유턴하는 젊은층도 상당수다. LA도 집은 거의 없고 허술하지만 가격은 비싼 상태다. 한 예로 올림픽 인근의 경우 2~3년 전 30만달러대 매물이 현재는 45만~50만대까지 치솟았다. 30만~40만달러 정도로는 LA에 괜찮은 집을 사기 어렵다. 발렌시아처럼 외곽지역도 올랐다고 하지만 LA에 비하면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크게 낮다.

서: LA 외곽에 비즈니스가 있다면 당연히 그곳에 집을 구하는 게 좋다. 하지만 경기가 나쁠수록 주택가는 외곽부터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제이 리: 외곽지역부터 집 값이 떨어진다는 것보다는 급등 지역부터 하락한다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오히려 외곽은 원만하게 상승한 만큼 하락도 느리다.

-비즈니스 가격도 너무 많이 뛰었다.

이상만: 한인들은 사업체를 살 때 자금 회수율(CAP)은 묻지 않고 산다. 예를 들어 한인타운에서 10만달러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면 만화방이 고작이다. 미국인들이라면 다른 것을 선택할 여지가 있지만 한인들은 결국 사업체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가격은 뛸 수밖에 없다.

황: 지난 해 커피샵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20만~30만달러에 매매된다. 운영수익이 날까 의심스럽다. 한인타운 커피샵의 80% 이상은 수익보다는 E-2 비자 등의 문제 때문에 운영되고 있다고도 본다. 20만달러가 넘는 커피샵을 언제라도 현찰을 주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끝으로 덧붙일 말은.

최: 셀러스 마켓이라고 하지만 오버 프라이스는 안 팔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파는 사람도 현실적 욕심만 가져야 한다.
이상만: 그렇다. 적절한 가격에 사고 파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황: 캘리포니아주의 비 주거용 부동산 판매시 세금 원천징수 대상이 확대된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물론 ‘1031교환’ 등의 예외조항이 있긴 하지만 먼저 세금을 제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가격 상승을 유도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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