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0일만에 남자 잃는 방법’ (How to Lose a Guy in 10 Days) ★★★

2003-02-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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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셈다른 두남녀, 데이트 결론은…

지난 금요일 나의 칼럼 ‘주말산책’에서 미국 로맨틱 코미디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이 영화에 대해 ‘별로 예감이 안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오스카 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케이트 허드슨(코미디 스타 골디 혼의 딸)과 체격 좋고 잘 생긴 매튜 매코너헤이라는 두 멀쩡한 선남선녀가 나온 영화여서 눈요기 거리는 되지만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


밸런타인스 데이를 맞아 나온 청춘남녀의 데이트 영화로 겉멋은 과다히 호사스럽지만 속은 허전하기 짝이 없다. 한 센텐스로 요약할 수 있는 엉성한 내용을 두 주연배우의 (준)스타 파워에 얹혀 만든 백일몽 같은 얘기.
뉴욕의 여성지 콤포우저의 ‘하우 투’ 칼럼니스트 애니(허드슨)는 데이트 시작한 지 10일만에 남자를 잃는 방법에 대해 글을 쓰기로 한다. 그가 바에서 선택한 남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미남 광고회사원 벤(매코너헤이).


벤은 마침 애니가 들른 바에서 다이아몬드 광고를 맡기 위해 사장에게 어떤 여자든 자기를 10일 안에 사랑하게 만들 수 있다고 내기를 건 뒤 애니에게 데이트를 청한다.

둘 다 닉스 팬인 애니와 벤은 매디슨 스퀘어 가든 등 맨해턴을 누비고 다니며 데이트를 즐기나 속셈은 서로 따른 데 있다. 일단 데이트에 들어간 애니는 벤이 자기에게 넌덜머리를 내 10일만에 달아나게 만들려고 온갖 해괴망측한 짓을 하기 시작한다.

영화의 대부분은 애니의 이런 정신병자나 다름없는 얄궂은 행동으로 메워진다. 데이트하자마자 결혼 앨범을 만들고 농구경기에 가는 줄 알았더니 셀린 디옹의 콘서트에 가는가 하면 큰 쥐 같은 애견은 벤의 방 곳곳에 오줌을 내갈긴다. 그런 짓들을 보고 웃긴 웃었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당초 뜻과 달리 점점 서로 사랑에 빠져드는 두 남녀를 둘러싸고 상대방의 친구들이 나와 찧고 까부는가 하면 다이아몬드 쇼에서 둘의 본심이 드러나면서 애니와 벤은 무대에서 ‘너는 허영 덩어리’를 악을 써가며 이중창한다(피아노 반주를 하는 마빈 햄리시가 내가 영화를 잘못 골랐구나 하는 표정).

대판 싸움 끝에 헤어진 애니와 벤은 그러나 그 뒤로 함께 내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허드슨과 매코너헤이가 훤한데 가십성 잡지 기자인 애니를 구태여 정치와 빈곤에 관심이 큰 컬럼비아대 우수졸업생으로 내세울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

도널드 페트리 감독. PG-13. Paramount.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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