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게이티드 커뮤니티 확산

2003-02-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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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치고 게이트를 달아라

부유층 호화주택 단지에서
중산층 주택·아파트로

럭서리 홈들이 들어찬 게이티드 커뮤니티. 6피트 높은 브릭 담이 둘러쳐져 있고 출입카드가없으면 들어갈 수가 없는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다. 24시간 시큐리티 가드가 순찰을 돌고 있고 전자개폐식 게이트로 외부인들의 출입은 차단된다. 단지내 도로는 흠없이 깨끗하고 조경도 훌륭하다.


그러나 게이티드 커뮤니티라고 해서 꼭 부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월500달러짜리 1베드룸 아파트도 전자 출입카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게이티드 커뮤니티 스타일로 지어진 것들이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외부세계의 소음과 위험을 차단시킴으로써 단지내 사람들만의 안전한 주거공간을 확보하려는 욕망은 이제 고급주택이나 부유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발표된 센서스국의 주거환경조사에 의하면 게이티드 커뮤티니는 지역적으로 미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소득계층별로도 부유층에 한정되지 않고 중산층을 비롯한 모든 계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부자들의 미니 맨션들이 들어찬 단지만 담이 쳐진 것이 아니라 다가구주택이나 인구밀집지역, 저소득층 거주지역에도 이런 형태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주택개발업자에 의하면 게이티드 커뮤니티에 대한 인기가 높아 가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9·11사태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주거안전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미국의 게이티드 커뮤니티란 책을 공저한 에드 블레이클리의 조사에 의하면 캘리포니아에서 신축된 주택의 40%가 담이 쳐진 게이티드 커뮤니티내에 있으며 플로리다 팜 비치에서 지난 5년간 필지 분할로 지어진 주택은 대부분이 이런 형태다. 블레이클리는 외부인 통제형의 주거형태가 중산층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이티드 커뮤니티에 대한 선호는 센서스국의 2001년 미국 주거 조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미국 전체 1억1,900만 가구중 6만2,000개 가구를 표본으로 조사했다.

▲전체 6%에 해당하는 710만 가구가 담이나 펜스가 쳐진 공간내에 있고 이중 400만 가구는 출입 게이트나 엔트리 코드, 키 카드, 시큐리티 가드 등으로 출입이 통제되는 커뮤니티 안에 있다.
게이티드 커뮤니티 내 주택 소유주들은 주로 백인이며 주택도 고급이다. 그러나 게이트나 담으로 출입이 통제되는 아파트에 사는 주민도 많다. 이들은 수에 있어서 게이티드 커뮤니티내 홈오너보다 2배반이나 많고 인종적으로 더 다양하다.

▲게이티드 커뮤니티는 LA나 댈러스, 휴스턴등 선벨트 메트로 지역이 중서부나 동북부지역보다 더 많았다. 그렇지만 뉴올리언스나 뉴욕주 롱 아일랜드, 시카고, 아틀랜타, 워싱턴 DC교외지역등에서도 점점 인기가 높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소유하든 아파트에 렌트를 얻어 살든 간에 히스패닉들은 게이티드 커뮤니티 형태의 주거 스타일을 백인이나 흑인들보다 더 선호한다. 이유는 게이티드 커뮤니티가 서부나 서남부지역에 더 많고 이 지역에 히스패닉들이 더 밀집해 거주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흑인들은 게이티드 커뮤니티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했다. 흑인들은 부유해도 게이티드 커뮤니티내 주택을 백인이나 히스패닉에 비해 선호하지 않았다. 아틀랜타나 워싱턴등 흑인 중산층이 다수 거주하는 곳에서도 이런 현상은 동일했다. 주거분리정책의 오랜 피해자였기 때문에 외부와 격리되거나 백인이 압도적인 지역에 사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이티드 커뮤니티가 인기를 끄는 주된 이유는 안전 문제 때문. 뉴올리언스의 게이티드 아파트 콤플렉스 ‘레이크 샤토 에스테이트’에 거주하는 마샤 뉴턴은 밤 늦게 일을 마치고 귀가했을 때 전자식으로 출입이 통제되는 게이트가 있어서 한층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러나 담과 게이트가 있다고 해서 범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95년 아틀랜타에서는 게이티드 커뮤니티내 주택을 노린 침입절도가 극성을 부린 적이 있다. 이들 절도범들은 체포될 때까지 90채 이상을 털었다.

게이티드 커뮤니티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담만 쳐져 있고 게이트는 없는 경우도 많다. 단지내 길거리는 일반인에게 열려있고 검문소도 장식용인 곳이 적지 않다.

인류학자인 시사 로우에 따르면 게이티드 커뮤니티를 찾는 이유는 안전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보다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고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이웃과 같이 하고 싶은 욕망도 적지 않게 작용한다는 것. 그는 “50년대 미국 교외 주거지역에서 볼 수 있었던 친한 이웃에 대한 향수 때문”이라며 “게이티드 커뮤니티는 이웃이 하나가 되는 ‘스몰 타운’ 이미지가 강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게이티드 커뮤니티가 늘어나고 있는데 대해 부유층에서 볼 수 있었던 폐쇄적, 엘리트주의적, 반 사회적 경향이 중산층을 비롯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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