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사’ (Guru)★★★½

2003-01-31 (금)
크게 작게
재미있고 애교 철철넘친
할리웃판 ‘볼리웃 영화’

얘기하다 말고 갑자기 춤추고 노래하는 인도 영화를 볼리웃 영화라 부르는데 이 영화는 할리웃판 볼리웃 영화다.

대놓고 어리석은 비현실적이요 환상 같은 영화(마지막에는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간다)지만 순진한 데가 있어 즐겁게 볼 수 있다.



섹스 코미디요 로맨틱 코미디에 동서양의 문화충돌 그리고 참 행복은 밖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다는 도사 같은 소리까지 하는 영화다. 또 독창적이라기보다 ‘그리스’와 ‘졸업’ 등 남의 영화를 베껴먹은 인상이 짙은데 내용이나 배우들의 모습과 연기 등이 모두 “그저 재미있게 보면 되니 잘 좀 봐 주세요”라며 애교를 떨고 있다. 화면이 매우 다채롭다.

델리의 미남 총각 댄스선생 라무(지미 미스트리-’동은 동’에 나온 영국 배우)는 뉴욕에 사는 친구 비제이(에밀 마르와)의 권고에 따라 배우의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난다. 알고 보니 비제이는 퀸스의 싸구려 아파트에 2명의 룸메이트와 사는 택시 운전사.

낙천적인 라무는 인도식당 웨이터로 일하면서도 배우의 꿈을 버리지 않는데 어느 날 오디션에 응했다가 포르노 영화의 배우가 된다. 라무의 상대역은 소방수 약혼자 러스티(대쉬 미혹)에게 자기 직업을 학교 선생이라고 속이고 사는 예쁘고 착한 샤로나(헤더 그레엄).

라무가 속이 허전해 온갖 도사란 도사는 다 찾아다니는 부잣집 딸 렉시(마리사 토메이)의 생일파티에 음식마련 차 갔다가 우연히 도사로 오인 받으면서 라무의 인생에 대박이 터진다.

라무는 샤로나에게서 배운 섹스비법을 돈 많은 뉴요커들에게 설법하면서 일약 유명 섹스 도사가 된다. 그런데 라무는 동거하는 렉시보다 곧 결혼할 샤로나를 사랑하게 되면서 큰 딜레마에 빠진다.

볼리웃 영화처럼 중간중간 화려한 춤과 노래가 눈요깃거리. 섹스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미국 사람들의 동양적인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풍자하고도 있지만 내용은 믿을 수 없는 얘기.

라무역의 잘 생긴 지미 미스트리가 연기를 잘 하는데 그는 얼마전 사망한 리처드 해리스의 유작 ‘나의 왕국’에서 잔인한 고문자역을 몸서리가 처지도록 가공스레 했었다.

데이지 본 셜러 메이어 감독. R.
Universal. 전지역.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