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요원’(The Recruit)★★★(5개 만점)

2003-01-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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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 CIA 남녀요원 사랑과 배신

베테런 연기파인 알파치노와 아일랜드 태생의 급부상하는 젊은 배우로 파치노 못지 않게 강렬한 연기파인 칼린 파렐이 주연하는 CIA 스릴러인데 그만 두 사람의 재주가 낭비되고 말았다. 스릴러들이 통상 저지르는 잘못인 구멍난 플롯에다 공연히 이야기 만든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반전을 거듭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 반전이 논리를 상실했는데 그러다 보니 별 내용도 아닌 영화가 알쏭달쏭하다.


도대체 왜 얘기가 그렇게 전개돼야 하는지 알 까닭이 없는데 한 마디로 말해 넌센스 스릴러다. 그리고 파치노의 모양이나 연기도 넝마 같다. 매우 매너리즘에 빠진 연기로 작취미성인 자를 카메라 앞에 불러다 놓은 식의 연기다. 아무렇게나 하는 연기여서 불쾌할 지경. 이 영화보다 조금 나은 로버트 레드포드와 브래드 핏이 나온 ‘스파이 게임’을 연상케 한다.


MIT 우등생이요 컴퓨터 귀재이나 현재는 바텐더인 청년 제임스 클레이턴(칼린 파렐)에게 CIA 생활 27년을 한 신요원 교관 월터 버크(알 파치노)가 접근, CIA 요원으로 지원할 것을 종용한다.
월터는 제임스가 늘 궁금해하는 아버지의 죽음에 관해 언급하며 제임스의 관심을 끌어낸다.

CIA 요원 후보생이 된 제임스는 ‘농장’이라 불리는 훈련소에서 다른 신참들과 함께 각종 훈련과 교육을 받는다.
제임스의 눈길을 끄는 동료는 아랍어인 파시어에 능통한 아름답고 단단한 레일라(브리젯 모이나한이 신선하다). 레일라도 마찬가지.

월터의 무자비하고 철저한 교육을 받은 제임스는 은연중 월터에게서 죽은 아버지의 인연을 찾으면서 둘의 관계도 서서히 가까워진다. 그러나 제임스는 실제로 구타와 고문이 자행되는 훈련(말도 안 되는 소리)에서 의지가 꺾여 퇴소 당한다.

그런데 월터가 제임스에게 다시 나타나 퇴소조치는 일종의 연막작전이라며 뜻밖의 요구를 한다. 랭리의 CIA 본부서 일하게 된 레일라는 테러리스트 요원으로 CIA 정보를 밖으로 빼내고 있다면서 레일라가 제임스에게 갖고 있는 호감을 이용, 그녀를 감시해 달라는 것. 이 부탁에 응한 제임스는 역시 본부 근무를 하면서 레일라를 감시하고 미행하는 한편 그녀의 침대에도 오른다. 그러나 레일라 역시 제임스의 진의를 의심한다. 그런데 과연 진짜 배신자는 누구인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파치노가 신입생들 앞에서 우리는 정의 대 불의, 선 대 악에서 정의와 선을 택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요즘 부시에게 아첨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1월에 방출된 또 하나의 볼품 없는 영화다.

감독 로저 도널슨(‘노 웨이 아웃’ ‘13일’).
PG-13. Touchston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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