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팔려고 고쳤지만 그냥 살래요”

2003-01-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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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의 리모델링 스토리

집이란 늘 수리하기 마련이다. 꼭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사고 보면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드러나기도 하고, 살다보면 불편하거나 집 가치를 높이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기도 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안젤라 비치는 증축해서 살 계획으로 셔만옥스의 한 주택을 매입했으나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지반 보강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크게 상심, 빠른 기간내에 적당히 수리해서 팔아 버리고 이익이라도 좀 남기자는 쪽으로 계획을 바꿨었다.
집 수리를 위해 가족들은 아파트로 나왔고, 3개월간의 공사기간과 10만달러가 투입됐다. 우중충했던 집은 아주 멋진 집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 집을 좋아하는 바이어들도 속속 나타났다.

지반 정지 비용 모르고 시작했다 혼쭐
돈들고 고생 많았지만 ‘멋진 내 집’보람


“꼭 팔아야 할까?...” 원래 팔려고 리모델링한 집이지만 고치고 보니 근사하고, 또 새 집을 샤핑하러 다닐 고생을 생각하면...비치 부부는 생각을 바꿔 그냥 살기로 했다.
세상사가 그렇듯이 원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집이다. 안젤라는 여러 번 생각을 바꾸고 리모델링 과정에서 실수도 했지만 보람도 크다. 그녀의 리모델링 경험을 들어보자. 다른 바이어나 주택소유주에게도 참고가 될 것이다.

2베드룸 1,500스퀘어피트의 집에 살았던 비치 부부는 앞으로 새로 아기도 태어나면 더 넓은 집이 필요했다. 부동산 중개인의 소개로 언덕에 세워진 3,000스퀘어피트, 4베드룸짜리 집을 발견했다.
이 집은 1년 가까이 시장에 나왔으나 팔리지 않아 주인은 새로 단장을 해서 리스팅에 다시 올릴 계획이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리모델링에 안목이 높은 안젤라는 1959년에 마이애미의 유명한 디자이너인 프랜시스 호프만의 설계로 건축된 이 집은 리모델링하면 근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문을 더 많이 내고 실내 계단도 바꾸고 방을 2개 더 내서 아트 스튜디오와 손님용 방으로 쓰고 싶었다. 예비 지질 검사 결과 증축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자 이 부부는 집을 매입했다.

리모델링 설계비로 3만달러를 썼을 때 나온 최종 지질 검사 결과는 숨을 막히게 했다. 증축을 하려면 지반 보강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25피트 콘크리트 기둥들을 땅에 박아 넣어야 하는 보강작업을 하려면 엄청난 공사비가 들어야 할 판이었다. 최종 지질 검사 결과가 나온 후에 매매계약을 했어야 했으나 때늦은 후회일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적당히 개수해서 이익을 남기고 되팔기로 마음을 바꿨다. 6만달러 예산내에서 서너달 작정으로 공사를 계속하기로 정했다.

본인이 제너널 컨트랙터 자격이 있기 때문에 섭 컨트랙터들과 노스 할리웃의 일용 노동자들을 고용, 직접 공사를 지휘했다. 먼저 오래된 지붕을 바꿨고, 어두컴컴한 실내를 거실에 큰 창문을 내고 방에는 스카이 라이트를 달아 밝게 했다. 리빙룸에서 페치오로 나가는 알루미늄 문은 목제 슬라이더로 바꾸고 폴딩 클로짓 도어들은 모두 글래스 도어로 교체했다.
부엌은 캐비넷은 그대로 두고 카운터를 고객들(?)이 원하는 그라나이트로 바꿨다. 온라인 건축자재상과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탐문한 끝에 스퀘어푸트당 11달러에 구입할 수 있었다.

이 분야의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여 공사비를 줄이는데 애를 썼다. 일례로 1,000달러짜리 티크 싱크를 노스할리웃에 있는 컨터랙터스 웨어하우스에서 100달러로 건지기도 했다.
공사중간에 출산이 임박해 다른 컨트랙터를 고용하는 바람에 총 공사비는 10만달러로 늘었고, 애당초 계획했던 대로 방을 더 늘리지는 못했지만 ‘팔고 싶은 마음이 싹 없어질 만큼’ 집은 멋지게 새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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