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사람의 주말나기 “LACMA 명화는 모두 내것”

2003-01-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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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회원 이진영씨

이진영(36·회사원)씨는 참 부자다. 원할 때면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예술 작품을 시리도록 눈에 들여놓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림을 좋아해 뮤지엄을 자주 다니다보니 매번 입장료도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65달러로 LACMA(LA카운티 아트 뮤지엄)의 1년 회원이 되면서부터는 주말은 물론, 정기 휴일인 수요일만 빼고 원하는 때는 언제고 뮤지엄을 찾아 그 좋아하는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그녀는 행복하다.

수백 억 달러를 치르고 명화를 구입하는 수집가보다 더욱 그림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일반 관람객의 특권이다. 하도 자주 오다 보니 이제 본관 2층의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방은 거의 그림 순서까지 외울 판이다.
폴 세잔느의 살구와 체리가 있는 정물, 클로드 모네의 수련 등 삼척동자도 알만한 명화들을 싫증날 때까지 바라보며 화가의 예술 혼을 느껴볼 때면 시간은 흐름을 멈춘다.


아만슨 빌딩에 꾸며진 중국과 한국 예술(Chinese and Korean Art)전시관도 그녀가 자주 찾는 공간이다. 이역만리 떨어진 미국 땅에서 조상들의 숨결이 배어있는 예술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살 떨리는 감동을 준다. 호리병 모양의 백자를 바라보는 그녀는 어느 한량에게 술을 따랐을 기녀의 섬섬옥수를 상상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 그려진 아라한의 초상은 해탈에 들은 이의 엷은 미소가 아름답다.

오귀스뜨 로뎅의 청동 조각들이 군데군데 서 있는 야외 조각 공원은 혼자서 산책길에 나온 그녀를 반겨주는 좋은 친구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발자크 상과 인사를 나누는 공원이 있어 그녀는 따로 파리로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항상 마음이 풍요롭다.
주말이면 그녀의 뮤지엄 방문은 더욱 잦아진다. 금요일 오후, 매표소 앞 광장에서는 재즈 콘서트가 열린다.

콘트라베이스의 낮은 선율과 브러쉬가 훑고 가는 드럼의 졸리운 듯한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다.
바닥에 주저앉거나 서서 음악을 감상하는 이들은 모두 예술 사랑이라는 공통분모로 하나가 된 듯한 모습이다. 어린 시절 보지 못했던 명화를 대형 화면으로 감상할 기회를 가졌던 것 역시 뮤지엄의 회원이 되고 부터다.
빙 티어터(Bing Theatre)에서 마련하는 시사회를 통해 그녀는 구로자와 감독의 난, 데이빗 린치 감독의 블루 벨벳을 비롯한 주옥같은 명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LACMA의 회원권은 1년에 65달러. 회원에게는 게스트 한 명과 18세 이하의 어린이를 동반하고 언제든지 뮤지엄을 방문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고 연 2회의 프리미엄 전시회 티켓이 각각 2장씩 주어진다(30달러의 가치). 뮤지엄 스토어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뮤지엄에서 주최하는 영화 시사회와 콘서트 티켓 역시 디스카운트된다.
새로운 회원을 위한 파티에도 초대되고 선물도 주어지는 LACMA의 회원이 되려면 (323) 857-6000으로 전화하거나 www.lacma.org를 방문하면 된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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