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하는 라이자가’(Love Liza)★★★

2003-01-03 (금)
크게 작게
아내 자살로 충격과 절망
남편역 하프만 연기 일품

느닷없이 아내가 자살을 하자 그 충격과 슬픔과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해 거의 실성하다시피 하는 남자의 얘기여서 보는 사람마저 죽을 지경이다. 무지하게 보기 힘들고 참담한 영화인데도 끝까지 집중력을 놓아주지 않는 것은 주인공역의 필립 시모어 하프만의 압도적인 연기 때문.

성격배우인 하프만이 그야말로 필생의 전력 투구를 하면서 심오한 연기를 한다. 하프만은 마치 이 역을 위해서 태어난 듯 혼자서 영화를 짊어지고 완전히 정신나간 사람 같은 연기를 한다. 각본을 쓴 고디 하프만은 필립의 형제다.



알라마바 모빌에서 웹사이트 디자이너로 일하며 아름다운 아내 라이자와 좋은 집에서 부러움 없이 살던 윌슨(필립 시모어 하프만)은 아내가 갑자기 자살하면서 만사에서 손을 놓는다. 윌슨은 도대체 아내가 왜 자살했는지 몰라 미칠 지경인데 우연히 베개 밑에서 아내가 남긴 유서를 찾아낸다.
그러나 윌슨은 그 내용이 두려워 봉투를 뜯지 못하면서 자신은 물론이요 장모(캐시 베이츠)의 좌절감이 극에 이른다. 이 개봉되지 않은 유서가 얘기를 이끌어 가는 동인이다.

고뇌에 사로잡힌 윌슨은 유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고문에 가까운 자기파괴의 삶을 사는데 개솔린을 적신 헝겊을 코에 대고 들이마시면서 망각하려고 몸부림친다.

그리고 윌슨은 이 과정서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모델 비행기에 매달리게 된다. 영화는 윌슨이 여러 사람의 호의에도 불구하고 참다운 자기 구원을 이루지 못하고 과거를 몽땅 불살라 버리면서 끝이 나는데 보고 있자니 호흡하기가 거북할 정도로 우울해지고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정초에 이런 영화가 과연 어느 정도 인기를 끌지 의문이나 하프만의 힘차면서도 무너져 내리는 듯한 연기 때문에 호기심을 버리지 못하게 된다.
잃어버린 영혼이 무엇 때문에 그리고 왜 자기 삶이 잘못 되었는지를 찾아 헤매는 탐구의 작품인데 간간 유머가 삽입돼 암담한 분위기에 바람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거스르는 듯하니 아주 좋다. 타드 루이소 감독은 배우 출신이다. R. Sony Pictures Classics. 선셋5(323-848-3500), 뉴윌셔(310-394-8099), 유니버시티6(800-555-TELL).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