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미’(Spider)

2002-12-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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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심리드라마

인간 내면의 어둡고 두려운 면을 독특한 수법으로 표출해내는 캐나다 감독 데이빗 크로넌버그의 심리 드라마. 그가 그리는 악몽의 세계가 현실과 환상을 마구 넘나들며 보는 사람을 모골송연하게 만들면서도 끊임없는 관심과 재미를 유발시킨다. 매우 지적이요 독창적인 작품이다.
정신병원에서 완치되지 못한 채 퇴원한 스파이더(레이프 화인스의 연기가 강렬하다)는 자기 과거의 이미지들(이것들이 주인공의 상상의 영역을 벗어나 실제로 나타난다)에 시달리며 런던 거리를 배회한다. 스파이더는 자기가 어렸을 때 아버지(게이브리엘 번)가 정부를 집에 들여놓으려고 어머니를 죽였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스파이더는 자신의 혼란스러운 어린 시절의 현장을 방문한다. 현실과 상상의 혼란 속에서 방황하는 스파이더는 죽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정부 외에 또 다른 여인인 자기 하숙집 여주인(린 레드그레이브)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게 되면서 절망적인 행동을 취하게 된다.
화인스가 정신적 균형을 잃고 헤매는 정신병자역을 혼자 중얼중얼 대면서 뛰어나게 해낸다. 스파이더의 고립과 혼란을 부각시키려고 촬영과 미술이 어둡고 음울하기 짝이 없다.
괴이하고 독특한 프로이드적 심리영화로 스파이더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정부 등 1인2역의 미란다 리처드슨도 호연한다. R. Sony Pictures Classics. 선셋5(323-848-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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