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양이를 부탁해’ (Take Care of My Cat)

2002-12-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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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잃은 처녀들의 ‘제자리 찾기’

여류 정재은 감독이 만든 토론토영화제 출품작

지난 9월 토론토 영화제 한국 영화 특선부문에 출품됐던 작품. 여류 정재은 감독의 좌표 잃은 처녀들이 제자리 찾는 얘기. 플롯이나 내용이 특별히 있지는 않지만 매우 사실적인 작품인 데다가 감독이 인물들을 보는 눈이 연민과 이해가 가득해 궁극적으로 공감케 된다.
인천의 여상고를 졸업한 각기 생활환경이 다른 20세 난 5명의 젊은 여인들의 미래를 찾는 꿈 이야기로 고양이가 매체가 되어 소녀들 사이를 오락가락 하며 이들의 관계를 잇는다. 흔한 성장기의 상투적인 것들인 섹스와 마약과 멋진 차 같은 것들을 배제하고 5명의 뚜렷한 성격 묘사와 이들이 새로 찾은 자유와 가족과 사회의 요구간에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을 힘차고 매력 있게 묘사했다. 여성 영화 특유의 감상성과 사카린 맛 나는 분위기를 거부하고 자연적인 터치와 솔직한 이야기 솜씨로 평범한 젊은 여인들의 일상을 펼쳐 보여준다.
예쁘고 야심 있는 혜주(이요원)는 백으로 서울의 증권회사에 취직하는데 5명 중 혜주가 가장 출세한 셈. 목욕탕 집 딸 태희(배두나)는 착해서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한다. 지영(옥지영)은 찢어지게 가난해 우울하고 말이 없다. 그의 꿈은 외국에서 미술 공부하는 것. 여기에 중국계인 쌍둥이가 있는데 이들은 티 없이 명랑해 친구들 간에 활력소 구실을 한다. 서서히 진행되는 아름다운 드라마. 렘리 그랜드4(345 S. Figueroa St., 213-617-3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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