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 당직제도는 노동착취?

2002-11-20 (수)
크게 작게

▶ 양떼를 치며

이곳에서 성장하고 교육받은 1.5세 전도사 한 분이 며칠 전 행정목사인 나를 찾아와 도대체 교회 당직제도는 왜 있는 것이냐며 조금은 상기된 표정으로 항의했다. 그는 최저임금 지불하는 직원 한 명만 고용하면 일과이후와 주말시간에 전화 받는 일은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텐데, 개인 사역으로 바쁜 교직원, 교역자 전체를 당직으로 돌리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분에게 당직이 단지 전화 받게 하기 위한 노동착취(?)는 절대로 아니고 오히려 교육부 전도사님들에게는 교회를 좀더 폭넓게 이해하고, 다른 교역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며, 더 나가 여러 가지 문의하는 교인들과 전화로 대화하다보면 우리가 교인들의 필요성에 좀더 민감해지고, 그래서 좀 더 성도님들을 잘 섬기는 교역자들이 되어보자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나는 전도사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문제는 당직제도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대간에 이해부족 또는 합리주의를 가장한 집단 이기주의가 문제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한인 2세 또는 미국적인 사고방식에 더 가까운 1.5세 목회자들은 흔히 1세들의 사역을 불합리적이고 일 중심적인(Task Oriented) 것이라고 비난한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그들의 주장에 귀기울여 보면 그들이 합리적이어서 그렇게 판단하기보다는 미국적인 사고방식이 한국적이며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지는 그런 것보다 항상 한 수위라고 받아들이는 조금은 그런 느끼한 생각들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을 보게된다.
1.5세를 자칭하는 한 교역자가 며칠 전 신문인터뷰에서 “많은 한인기성 교회들 가운데 강단(설교)이 약한 교회일수록 프로그램에 치중한다”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말은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겨 헌신하고 땀흘리며 전도폭발, 일대일 제자양육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수많은 기성 1세 교회의 설교 말씀은 형편없는 것이라는 판단으로 들린다. 미국에서 교육받고 영어가 더 편한 문화권에 있다보면 1세들의 사역이 좀 답답하고 불합리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판단을 하기 이전에 프로그램을 정착시켜 한 사람의 영혼이라도 주님 앞으로 인도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대부분의 1세 목회자들을 먼저 바라봐야 할 것이다.
세대간에 이해의 폭이 넓혀지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것을 존중하고, 또한 먼저 감사하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많은 우리 2세, 1.5세 교역자들이 1세 교역자들과 하모니를 이루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교회를 설립하는 추세로 나가고 있는 것일까? 특별히 나는 이 감사의 계절 11월 달에 주님의 영광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모든 2세, 1.5세 교역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물어 본다. 미국에서 인생의 절반인, 20년을 살아온 나는 도대체 어느 세대에 해당하는가?
백 승 환
(주님의영광교회 부목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