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는 건물아닌 사람”

2002-11-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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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은퇴하는 충현선교교회 정상우 목사



“무엇보다도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이제 앞날에 필요한 것은 하나님이 준비해주신다는 믿음 하나로 남은 여생을 하나님께 맡길 생각입니다” 올해 말 은퇴하는 충현선교교회 담임 정상우 목사(70)에게 앞으로의 삶은 ‘여호와이레’다.
1985년 8월11일 글렌데일에 위치해있는 자신의 집에서 첫 예배를 시작, 자체 예배당을 건축하지 않고도 장년 교인 1,000여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시킨 정상우 목사는 미주한인사회에서 50세가 넘어 개척교회로 성공한 목회자로 손꼽힌다.

장년 1,000명, 중고등부 학생 500명이 출석하는 충현선교교회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임”을 강조하는 정목사의 뜻에 따라 예배는 안식교회 건물을 빌려서 갖고 있고 96년 교회 사무실이 있는 3층 건물을 구입했다.
“자녀와의 관계가 중요시되는 이민교회에서 교육관 시설이 부족해 아이들이 마음껏 교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게 가슴 아프다”는 정목사는 “과거는 에벤에셀을, 현재는 임마누엘을, 미래는 여호와이레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크리스천으로 사는데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목사는 대학시절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어머니의 권고로 용문산 집회에 참석했다가 예수를 영접했고 후암교회에 출석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기도에 참석하는 정목사를 지켜본 전도사의 말 한마디로 총회신학교에 입학, 1970년 38세의 나이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충청남도 부여의 농촌교회인 송간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던 정목사는 목사안수를 받은 지 3개월만에 서울 충현교회 대학부 지도목사로 청빙됐다.
“‘빌립보 교회를 향한 사도 바울의 기쁨’이란 첫 번째 설교를 하는데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아직도 그 때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하는 정목사는 충현교회 대학부 지도목사를 거쳐 10년 동안 충현교회 설교목사로 사역했으며 후암제일교회 담임목사를 역임했다.

1984년 서울 충현교회의 LA지교회인 나성충현교회 초대목사로 부임하면서 미국땅을 처음 밟았다는 정목사는 이민목회를 시작한지 1년만에 교회분열 등의 문제를 겪으며 어려움을 일찌감치 경험했다.
“교회 성장은 인간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교회마다 겪는 시련도 하나님의 계획 아래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함이죠. 시련은 장래를 위한 유익한 과정입니다”

신학교 시절 폐를 심하게 앓아 건강이 좋지 않은 정상우 목사는 자신이 몸소 선교사로 나가지 못하는 안타까움 때문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교회’라는 비전을 갖고 충현선교교회를 개척했고 4년만에 500명 이상이 출석하는 교회로 부흥하면서 해마다 1명의 선교사를 단독으로 파송해왔다.
충현선교교회가 오늘까지 파송한 선교사는 총 18명. 이들은 한국선교의 미개척지를 우선적으로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몽골 등 11개 지역에 파송돼 있으며 충현선교교회와는 독립된 법인체로 설립된 충현새일세계선교회가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정목사의 후임으로 지난 1월부터 훈련을 받고 있는 민종기 목사는 정상우 목사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민목사는 서울 충현교회 대학부 회장으로, USC 정치학과 박사과정에 유학 와서는 충현선교교회 평신도로 정목사를 만났다.
“담임목사, 원로목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주님의 교회를 위하는 마음이 중요한 겁니다. 뒤에서 기도하면서 마음으로 동역하는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정목사 자신은 충현선교교회의 기초를 닦느라 교단 가입도 없이 교회에만 사랑을 쏟았지만 후임목사는 교단에도 가입하고 한인교계, 더 나아가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교회로 키워가길 바란다며 인터뷰를 끝맺었다.
(323)256-5600
<하은선 기자>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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