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라라트’(Ararat) ★★★

2002-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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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터키군 만행 고발


아르메니아계 캐나다 감독 아톰 에고얀(각본)이 1915년 자행된 터키군의 아르메니안 양민 대학살 사건을 고발한 작품인데 야심이 과다해 내용이 뒤죽박죽이 됐다. 우선 이야기를 서술하는 구조가 틀렸다.
터키에서 35m 필름통과 비디오 테입을 소지하고 캐나다에 귀국한 아르메니아계 청년 라피(데이빗 알페이)의 짐을 조사하는 세관원 데이빗(크리스토퍼 플러머)과의 심문과 대답을 통해 얘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된다. 그러나 이런 틀은 진지한 내용을 이끌어가기에 적당치 못하다.
여기에 영화 속 영화라는 또 다른 구조가 삽입되는 데다가 게이 아들을 둔 아버지의 고뇌와 의붓여동생과의 사랑, 자기 아버지의 죽음을 의붓어머니 탓으로 돌리는 딸 등 너무나 얘기가 잔가지를 많이 쳐 혼란하기 짝이 없다.
감독은 아르메니안들의 홀로코스트인 대학살(터키는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을 ‘쉰들러의 리스트’식으로 야심만만하게 스크린을 통해 폭로하려 했지만 내용이 너무나 산만한데다 연기와 연출력도 신통치 못해 소기의 성과를 못 이룰 것 같다.
라피는 저명한 사로얀 감독(샤를르 아즈나부르-아르메니안 프랑스인으로 유명 샹송가수이자 배우)이 토론토서 찍는 1915년 사건을 다룬 영화의 조수.
라피의 어머니로 남편을 둘이나 잃은 미술사학자 아니(아시네 칸지안-감독의 실제 부인으로 역시 아르메니아계)는 이 영화의 자문을 맡고 있다.
라피가 필름통과 비디오 테입의 내용을 묻는 데이빗에게 대답하면서 영화 속 영화와 함께 데이빗과 라피의 가족 그리고 영화 속 영화 관계자들의 관계가 묘사된다.
100만명의 아르메니안이 학살된(영화에서 이 장면들은 사실적이라기보다 희화적이다) 과거사를 기억하자고 강변하고 있는데 쓸데없이 자잘한 서브 플롯들을 과감히 제거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주제를 파고들었어야 했다.
역사에 대한 기억과 망각 그리고 진실과 허위 또 사실과 부인을 데이빗과 라피 및 영화 속 영화라는 두 개의 구조를 통해 얘기하고 있지만 난삽해서 영화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되질 않는다.
R. Miramax. 아크라이트(323-464-4226), 뮤직홀(310-274-6869), 맨10(818-549-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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