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으로’(The Way Home) ★★★★(5개 만점)

2002-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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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처럼 내린 할머니의 손자사랑


한국에서 올 들어 두 번째로 관객이 많이 들었던 영화로 미 메이저인 패라마운트 클래식스가 수입했다. 이 영화의 LA와 뉴욕 흥행에 따라 전미 대도시로 확대 상영되니 한인들의 개봉 첫주 많은 관람을 당부한다는 것이 감독 이정향(각본 겸)과 패라마운트 및 홍보회사의 요청.
이 영화가 빅 히트한 까닭은 감독의 말대로 우리 모두가 지녔던 할머니와 그의 우리에게 대한 무조건적 사랑에 대한 향수 때문일 것이다. 갈수록 각박해져만 가는 요즘 세상에서 자연 속에서 자연대로 살면서 자연 같은 사랑을 베푸는 할머니의 마음을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골 할머니와 도시 소년간의 몇 달간의 삶을 풍경화처럼 아름답고 소박하게 묘사했다. 2인극이나 다름없어서 다소 단조롭기는 하나 다정한 휴식 같은 영화여서 평화로운 느낌을 전해준다.
충청도의 이름 모를 깊은 산골마을의 다 무너져 가는 집에서 혼자 사는 77세난 할머니(김을분) 집에 오래 전 돈 벌러 도시로 떠났던 딸이 7세난 아들 상우(유승호)를 데리고 찾아온다. 남편과 헤어진 상우 엄마는 일자리를 찾는 동안 아들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떠난다.
도시 아이로 약삭빠르고 버릇없는 상우는 처음부터 할머니를 무시하며 자신의 불만을 마구 터뜨린다. 답답하기 짝이 없는 시골과 말도 못하는 허리가 절반 구부러진 할머니 그리고 냄새나는 집과 더러운 뒷간 등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든다.
상우는 할머니를 탓하고 조롱하고 욕하고 못살게 굴면서 자기 불만을 쏟아놓지만 할머니는 마치 순교자 같은 모습으로 이런 상우를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침내 할머니의 극진한 사랑은 상우의 도시 때묻은 가슴을 말끔히 씻어내면서 엄마와 다시 도시로 가는 버스에 탄 상우는 뒤 차창을 통해 “할머니 사랑해”라며 작별을 고한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먹겠다는 상우를 위해 빗속에 지팡이를 짚고 먼 장까지 가 닭을 사다 고아주는 할머니의 정성이 아름답다. 촬영현장서 찾아낸 김을분씨의 연기가 너무나 자연스럽다.
PG. 15일부터. 뮤직홀(9036 윌셔), 오렌지카운티 에드워즈 유니버시티(4245 캠퍼스 드라이브), 22일부터 패사디나 플레이하우스(673 이스트 콜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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