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따뜻한 인사

2002-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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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의 마음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특징 중에 하나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과 좋은 인간 관계를 갖는 것이다. 좋은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사람이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간다는 내용을 발표한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중의 하나로 인사를 잘하는 사람들이 인간 관계도 좋은 것 같다. 대개 성격이 밝고 명랑하며 적극적인 사람들이 인사도 잘하고 잘 받는다. 소극적이며 내성적인 사람들은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인사하게 된다. 사람을 만날 때 어떤 표정으로 어떻게 인사하는가에 따라 종종 그 만남의 깊이가 결정되는 것 같다.
목회를 잘하고 칭찬 받는 사모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인사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비행기 승무원들은 인사하는 법을 엄격하게 배우고 훈련한다고 들었다. 아마 사모대학에서도 인사하는 훈련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표정으로 똑같은 강도의 사랑으로 평등하게 인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랜만에 만나는 교인이나 또는 교회에 처음 나온 사람으로 보여서 조금 더 친절하게 반색을 하면 그 옆에 있던 오래 된 교인이 섭섭해한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우리는 가족끼리나 아주 친한 사람들끼리는 형식적인 인사를 생략하게 된다. 반면에 특별히 낯설거나 어려운 사람들에게 인사를 더 정중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많은 교인들은 언제나 새로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예의를 갖춰서 가장 반가운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인사 받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누구나 사랑 받고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의 진실하고 따뜻한 인사를 통하여 그 욕구가 채워지기도 한다. 그런데 어릴 적에 부모로부터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은 대개 특별히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종종 이런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도 어릴 적에 받은 상처로 마음이 연약하기 때문에 쉽게 작은 일에 화를 내며 잘 삐친다. 그래서 연약한 교인일수록 더 세심한 관심과 배려를 해야 하는데, 무심하게 지나치게 되면 그런 사람은 또 상처를 받는다.
때로는 아들 둘 키우는데도 집에서 이름을 바꿔 부르는 실수를 하는데, 많은 교인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골고루 평등하게 사랑한다는 것이 너무나 어렵게 생각된다. 아무도 상처를 주지 않고 따뜻하게 사랑으로 마음을 녹여주는 인사법을 배워서 모든 교인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두 아들을 키우면서도 엄마의 한계를 느낄 때가 많은데 하물며 많은 교인들을 섬겨야 하는 사모로서의 한계는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만일 솔로몬의 꿈에 나타나셔서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고 하신 하나님이 나에게도 어느 날 나타나셔서 물으신다면 솔로몬은 지혜를 구했지만 나는 “사랑”을 구하리라. 하나님이 사랑의 능력을 넘치도록 부어주셔서 투정부리며 불평하는 사람들, 미운 짓만 골라하는 사람들, 도무지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들까지도 품을 수 있는 넉넉한 사모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 상 은
(죠이휄로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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