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직한 말을 하는 소수계로 살아가자”

2002-11-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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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서 인권운동 이상철 목사

개신교계 거목 김재준목사 사위
60년대초부터 캐나다서 이민목회
원주민사회 명예추장 대우도

“선교적 사명을 갖고 이민 와서 미국 시민으로 살아가는 한인들은 ‘성실하고 정직한 말을 하는 소수’가 되어 미국 사회를 위해서, 세계를 위해서 또 우리 민족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합니다”
캐나다에서 소수민족 인권운동 지도자로 존경받는 이상철(78) 목사가 미주한인교회의 미래 100년을 생각하면서 한인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지난 8일부터 3일간 미주장로교회(담임 송병우 목사)에서 신앙강좌를 통해 미주한인교회와 미주한인사회가 해야할 일을 제시했던 이상철 목사에게는 아시안 최초의 캐나다 연합교회 총회장, 소수계 유일의 토론토 빅토리아대학 챈슬러, 캐나다 한인사회의 정신적 지도자, 한국 민주화 운동의 기수,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를 창립한 개신교계의 거목 김재준 목사의 사위 등의 수식어구가 항상 따라 다닌다.
“한국인은 머리가 좋고 장점이 많은 민족입니다. 자랑스런 한국인이란 긍지와 더불어 민족적 우수성을 지닌 우리 2세들은 민족교회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주류 교회로 진출해 목회도 하고 다민족 교회를 만들어 ‘세계는 서로 부둥켜안고 사는 것’임을 실현해야 합니다”
캐나다 전역을 통틀어서 한인목사는 단 한 명이었을 때 이민목회를 시작해 20년 동안 한인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목회를 했던 이상철 목사는 1924년 블라디보스톡에서 태어났다. 만주 용정의 은진중학교와 조선신학교를 졸업하고 1950년 목사안수를 받았다. 그 후 7년간 강원룡 목사가 시무했던 경동장로교회에서 부목사를 지냈던 이목사는 당시 맺은 인연으로 강원룡 목사와 절친한 선후배 사이가 됐다.
1961년 이중언어 목회자가 필요하다는 캐나다 교계의 요구에 3년 계약을 맺고 캐나다로 파송됐던 이목사가 도착한지 6개월이 지났을 때 캐나다가 이민문호를 개방, 한국인의 이민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하나님이 미리 알고 나를 보냈다’는 부름을 거역할 수 없어 캐나다에서 목회생활을 고집했고 여든을 바라보는 지금도 토론토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방송교회’사역을 하고 있는 이목사는 60년대 초반부터 캐나다 원주민들과 맺어온 친분으로 원주민 사회에서 명예추장으로 대우받고 있기도 하다.
“미국과 캐나다 모두 한인 교회들이 난립하고 분쟁, 교파분열이 많아 별로 건전하지 못하니 한인교회들이 자체정비를 해야한다”고 말하는 이목사는 캐나다의 경우 1925년 교회를 분열시키는 교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가 연대해 연합교회를 세웠는데 요즘 캐나다에 세워지는 한인 교회들을 보면 교파가 명시된 교회이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인교회들이 선교활동이 활발한 것은 좋지만 배타적이고 협소한 신앙의식 때문에 선교지에서 문제도 많이 일으킵니다. 아무리 미개발국가라 할지라도 나라마다 종교적 전통과 문화풍속이 있으니 그 나라의 실정에 맞게 복음을 전해야죠”
한국 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기독교를 사회 참여의 길로 이끌고 교회 갱신에 앞장섰던 고 김재준 목사의 사위인 이목사는 해외에 거주하면서도 70년대 한국 민주화운동에 앞장서 한 때 입국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목사는 “교회는 교회에 오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사회참여를 많이 해야한다”면서 “이민 와서 100년을 살았으니 이젠 손님이 아니라 주인노릇을 해야한다. 한국교회의 지교회라는 의식은 버리고 ‘미국 속의 한인교회’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은선 기자>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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