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는 성도위해 존재해야 ”

2002-11-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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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는 목회로 화제 ‘뉴호프 채플’ 1.5세 이현수 목사


이현수 목사는 요즘 말로 ‘뜨는 목사’다. 44세의 젊은 1.5세인 그는 지난 여름 LA한인교계에 ‘혜성같이’ 나타나 나성세계복음교회가 있던 글렌데일의 넓디넓은 땅에 ‘뉴호플 채플’을 세웠다. 개척 3개월만에 성도가 아이 포함 700여명으로 불어난 이 교회는 기존 교회들과 달리 모든게 파격적이다. 당회가 없고 장로, 안수집사등 직분 제도가 없다. 또 전도폭발이니 제자훈련이니 내적치유니 하는 프로그램도 일체 없으며, 그 흔한 선교도 하지 않고, 거창한 ‘비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매주 새 교인들이 수십명씩 몰려들고 있다는 화제의 교회. 11월17일 창립예배를 앞둔 뉴호프채플의 이현수 목사를 인터뷰했다.

△하와이에서 목회하던 교회가 상당히 부흥했다고 들었는데 왜 떠나서 LA로 왔나
▲뉴호프온누리교회는 개척한지 3년만에 출석교인 500명으로 성장했다. 하와이 전체의 한인 크리스천의 숫자가 4,000명 정도, 제일 큰 한인교회의 규모가 700명인 것으로 볼 때 굉장히 빨리 성장한 편이다. 그러나 하와이에서의 사역은 너무 빨리 한계점에 도달했다. 내 목회의 목표 그룹이 1.5세와 2세들인데 하와이에는 젊은이들이 많지 않다.
LA는 한인도 많고 젊은이들이 많아 황금어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한인 교계에서 1.5세 지도자가 나온 적이 없어 도전을 느꼈다.

△새로 개척한 뉴호프 채플에는 어떤 사람들이 오나
▲신앙생활 하면서 탈진된 사람들. 신앙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못한 사람들이 많이 온다. 내가 다루는 이슈들이 근본적인 것들이기 때문인 것 같다. 뉴호프 채플 사역의 핵심은 말씀이며 왜 예수를 믿나, 구원이란 무엇인가 등 아주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인교계에는 좋은 교회, 좋은 목사, 좋은 설교자가 많은데도 말씀에 굶주린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나는 그 이유를 하나님과의 관계중심적 메시지보다 교회 중심적, 행위 중심적 가르침 때문이라고 본다.


△LA의 한인교회들을 보고 어떤 것을 느꼈나
▲너무 경쟁적이고 개교회 중심적이다. 각 교회가 자기들의 성장만을 위해 필요이상으로 담을 높이 쌓고 있다. 교회는 모두 하나다. 우리 교회는 새로 오는 교인에게 어느 교회에서 왔는지 묻지 않는다. LA에 있는 모든 교회들이 서로 도와 커뮤니티를 위해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요즘 이곳의 젊은 목회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 기대가 크다.

△이민교회의 문제점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목회를 프로그램으로 돌리는 것이다. 교회마다 좋다는 프로그램을 모두 도입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프로그램이 많다보면 교회가 바빠지고, 바빠지면 성도들이 조직체의 일원이 되어 사람과의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된다.
나는 교회를 조직체(organization)로 보지 않고 유기체(organism)로 본다. 성도가 교회를 위해 존재하지 않고 교회가 성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민교회는 성도들이 교회를 위해, 목회자의 꿈과 비전을 이루기 위해 희생된 면이 없지 않다. 성도들이 영적으로, 육적으로 너무 지쳐있다.

△왜 교회들에 프로그램이 많아졌다고 보는가
▲강단이 약하고, 말씀이 약하면 프로그램으로 대치하게 된다.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씀의 선포다. 초대교회에는 프로그램이란게 없었고 사도들의 말씀 사역이 곧 제자훈련이었으며 영성훈련이었다.
한국교회는 한 프로그램이 끝나면 또 다른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져 교인들이 프로그램의 노예가 되는데 다 끝나도 사람도, 교회도, 가정도 변화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변화는 예배와 말씀을 통한 하나님의 인격적 다루심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한 교인은 교회의 프로그램과 비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마다 ‘비전’을 이야기하지 않나
▲전 세대는 비전을 갖고 살았고 목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도 비전이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교회의 비전은 목회자 개인의 비전이나 꿈으로 끝나는 일이 많았다. 우리 교회는 비전이 없다.
비전은 하나님이 매일 보여주시므로 따로 만들어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오직 세가지, 말씀의 회복, 예배의 회복, 가정과 교육의 회복이다.

△어떻게 회복하려는가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 외에는 프로그램을 모두 없애고 성도들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다. 교회보다 가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강조하고 있다. 주일 하루는 가족과 함께 보내도록 딱 한번의 예배외에 아무 프로그램도 갖지 않고 있다. 찬양예배,저녁예배도 없고 오후 1시 이후에는 어떤 행사도 없다.

△기본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가
▲선데이 스쿨과 수요일 성경공부, 그리고 화, 수, 목 3일간의 새벽기도뿐이다. 프로그램이 없고 행정업무도 거의 없다보니 사역자들이 80%의 에너지를 주일예배에 쏟는다. 성도들이 주일예배에서 은혜 받고 축복 받도록 집중적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예배를 통해 도전 받는 성도들이 많은 것 같다.

△뉴호프채플이 소속된 포스케어 교단은 한인들에게 생소한데 어떤 교단인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교단이고 미국의 목회자들이 선정한 가장 건강한 교단이다. 오순절 계통으로 뜨거운 편이지만 신앙은 보수적이고, 반면 교회방향은 진보적으로 열려 있다.
나는 원래 다른 교단에서 안수 받았지만 한국교회가 미 주류교단에 들어가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해 옮겼다. 이 교단 안에 뉴호프라는 이름의 작은 그룹이 1995년에 시작돼 하와이, 일본, 동남아 등지에 35개의 교회가 개척됐는데 본토에 진출한 것은 우리 교회가 처음이다. 앞으로 5년내 미주요도시에 10~20개의 뉴호프교회가 개척될 것이다.


△이 교단에는 당회가 없다는데 교회가 어떻게 운영되는가
▲그동안 이민교회들이 싸우고 갈라지고 아픔을 겪는 모습을 수없이 보면서 많이 고민했다. 교회마다 화목하기 위해 애쓰는데 왜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가, 그것은 시스템의 문제, 즉 당회제도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회제도는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가 쉽게 대립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당회장인 목사와 당회원인 장로가 중간에 교회, 성도, 혹은 건물을 놓고 헤게모니 전쟁을 벌이기 쉬운 것이다. 포스케어 교단에는 당회 제도가 없고 운영위원(church coucil)만 있다. 목회자가 임명하는 운영위원들은 교회 행정에 결정권이 없고, 목사에게 조언하고 도움 주는 자문역할만을 수행한다. 따라서 교회내 분쟁과 갈등의 소지가 적다.

△그렇다면 목사가 독재하기 딱 좋지 않은가
▲거의 모든 목회행정과 권위가 목회자에게 있으니 목회자에 따라 잘못될 위험이 있다.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교단에서는 목사 1명에게 여러명의 멘토를 붙여 지도하도록 하고 있다. 나의 멘토는 처치 온더 웨이의 잭 헤이포드 목사와 하와이 뉴호프교회의 웨인 코데로 목사, 한인구역감독 정영삼 목사등 3명이다. 멘토들과 매주 대화하는 것은 물론 교회문제로부터 사생활까지 간섭받고 조언을 듣는다. 이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목사는 쫓겨날 수 있다.

△글렌데일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는데 건축할 계획이 있나
▲벌써 설계에 들어갔다. 이곳은 부지가 20에이커나 되는 시가 1,000만달러의 정말 좋은 땅이다. 인수받을 당시 300만달러의 빚을 지고 있던 것을 교단에서 재융자해주어 현재 한달 페이먼트가 2만달러밖에 안된다. 건축은 3단계로 우선 교육관을 짓고, 두 번째 예배당과 콘서트 홀을, 마지막으로 친교실과 학교를 짓게 된다. 전체가 8만5,000 스케어푸트 규모이며 예산은 800~1,000만달러, 기간은 총 3년으로 잡고 있다.

△선교는 안 하나
▲우리교회는 남는 것을 쌓아두지 않고 모두 선교하기 위해서 아예 세이빙스 어카운트를 갖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직접 선교하지는 않는다. 다른 교회들이 잘 하고 있는데 따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하려면 잘 하고 있는 곳에 동참할 계획이다. 실제로 7월초 첫 예배의 헌금은 모두 은혜교회로 가져가 모스크바 신학교에 보냈다.

△직분제도 없고, 선교도 안하고, 비전도 없고, 프로그램도 없는 교회라니 좀 튀는 것 같다. 남과 다르기 위한 다름으로 비쳐질 수도 있을텐데.
▲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개인적 성향이 모험적이고 래디컬하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지 않은 나는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퇴학당했고 살면서 별일을 다 겪었다. 원래 체질이 안일한 것이나 제도에 갇히는 것을 싫어하고, 개방적이고 개혁적인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남의 것은 카피도 못하고 창조적인 나만의 것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개성이 강해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카리스마가 너무 강해서 후임을 기르기가 힘들 것 같다
▲현재 15명의 신학생들에게 미래지도자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2~3년 사이에 담임목회할 수 있는 1.5세와 2세대 목회자 50명을 배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우리 교회가 안정되고 교인수가 1,000명 이상으로 커지면 분리해서 이런 목사들이 개척해 나가도록 하려고 한다. 교회는 1,000명이 넘어가면 비대해지고 개교회 중심적이 돼버리며 목회자가 성공에 대한 욕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다음세대 목회자들을 과감하게 키워내는 것,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로 만드는 것이다. 또 교단에 관계없이 교회들을 돕고 싶고, 1.5세로서 1세와 2세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길 원한다.

이현수 목사는 …
이현수 목사는 15세이던 1973년 미국으로 이민, UCLA에서 경제학과 공학을 전공하고 풀러신학교와 프린스턴 신학교를 졸업했다. 전자회사 TRW에서 반도체 연구원과 매니저로 10년간 일하다가 88년 소명을 깨달아 2년간 중국 북경 경제대학교에서 영어강사로 사역했다. 90년 하와이로 이주, 한인기독교회 담임목사와 힉캄 공군기지 군목을 거쳐 ‘뉴호프온누리교회’를 담임했으며 2002년 7월 LA에서 뉴호프 채플을 개척했다. 중국인 부인과의 사이에 두자녀를 두고 있다.

창립축하 ‘뉴호프 채플축제’


뉴호프 채플이 12-17일 창립을 축하하는 ‘뉴호프 채플 축제’를 개최한다.
12일과 13일 양일 간 미국 교계의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는 웨인 코데로 목사(하와이 뉴호프교회 담임)를 초청해 젊은 세대를 위한 특별부흥회를 열고, 16일에는 CCM그룹 소향과 포스의 찬양 콘서트를 개최하며, 17일에는 스캇 바우어 목사(처치 온더웨이 교회 담임)를 초청해 창립예배를 갖는다. 밴나이스에 위치한 처치 온더웨이 교회는 교회부흥의 획기적 전기를 이룬 잭 헤이포드 목사가 급성장시킨 교회로 윌로우 크릭 커뮤니티 교회, 갈보리채플, 새들백교회 등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로 꼽힌다.(818)547-9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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