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닥인생들 음악 힙합세계

2002-11-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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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 백인 랩가수 에미넴 데뷔작


8 Mile
★★★½

백인 랩가수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는 에미넴의 데뷔작으로 일종의 반자전적 영화다. 에미넴은 타고 난 배우로 튼튼하고 알차면서도 대단히 감정적인 연기를 한다.
디트로이트의 바닥인생들의 음악 힙합 세계를 그렸는데 내용이나 분위기나 작품 색채는 사납고 거칠지만 커티슨 핸슨 감독은 이런 황량한 세계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얘기를 우아할 정도로 세련되게 묘사했다. 영화가 꾸밈없고 솔직하고 강렬하나 랩음악이 작품의 큰 부분을 차지해 이 음악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어필할지 의문이다.
1995년 디트로이트. 백인들이 대거 시내를 떠나 8마일 반경 밖 교외로 이주한 디트로이트의 저소득층 지역은 전쟁의 포화에 얻어맞은 모양을 했다. 휴처(메키 파이퍼)를 비롯해 각기 성격과 스타일이 다른 4명의 흑인 친구와 몰려다니는 공장 근로자 지미(에미넴)는 타고 난 랩가수.
지미는 트레일러 팍에서 직업 없는 어머니(킴 베이신저-역시 핸슨의 영화 ‘LA 칸피덴셜’로 오스카 조연상을 탄 베이신저가 화장 안한 적나라한 연기를 한다)와 어린 여동생과 함께 살면서 돈 모아 이 곳을 떠나는 게 꿈. 그의 좌절과 분노를 달래주고 기쁨을 주는 것이 친구들(모양과 성격이 모두 다른 이들에 대한 묘사가 을씨년스런 영화에 코믹터치를 가한다)과 랩송.
뛰어난 관찰력과 조건 반사적인 위트 그리고 날카로운 언어능력과 리듬감각을 지닌 지미는 공장에서 길에서 즉흥적으로 지어낸 랩송을 부르며 자신의 들끓는 내면을 토해낸다. 이런 지미에게 도발적인 고양이 같은 모습의 알렉스(브리타니 머피)가 나타나 그를 격려하고 사랑하면서 마침내 지미는 나서기를 두려워하던 랩 경쟁대회에 나간다. 무대에 오른 2명의 경쟁자가 즉석에서 가사와 리듬을 창조해 45초간 서로 상대방을 걸레처럼 찢어놓는 이 대회는 마치 서부 건맨의 결투를 연상케 한다.
겨울의 빈민가를 무대로 한 내일 없는 사람들의 얘기여서 겉으로는 매우 황량하나 궁극적인 자기 구원과 성취의 드라마로 희망적이다.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은 모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R. Universal.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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