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쟁놀이’한바탕 동심찍고 건강으로

2002-11-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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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의 주말나기

페인트 볼 동호인
필립 김-토니 김-션 조씨

아무리 샌님이라 할지라도 어린 시절 총싸움 한 번 안 해보고 철이 든 남자는 없을 터. 지금 어린이들처럼 좋은 장난감은 없었지만 나무로 만든 총을 가지고 ‘따다다다’ 입으로 총소리까지 내가며 노는 순간은 아무 생각 없이 행복했었다.
어릴 때처럼 동무들과 편을 먹고 전쟁 놀이 하는 레포츠, 페인트 볼을 시작한 이후로 필립 김, 토니 김, 션 조등 세 친구는 사는 게 즐거워졌다. 세 친구가 페인트 볼을 시작한 것도 벌써 서너 달 째. 처음에는 대여했었지만 평생 즐길만한 레포츠라는 평가가 내려져 큰 맘 먹고 마커와 고글 등 장비를 구입했다.
벨플라워에 있는 할리웃 스포츠. 방갈로와 장벽, 벙커와 대나무 숲을 들여놓은 100에이커의 공간에 보호 마스크와 총으로 무장한 전사들이 들어서자 마치 플래툰이나 킬링필드의 무대였던 아열대 밀림처럼 긴장감이 돈다. 적을 발견한 토니 김씨가 람보에서의 실버스타 스탤론처럼 공기총을 쏴대니 M16이 무색할 정도의 굉음과 함께 총알이 튀어나온다. 총알을 맞으면 젤라틴 껍데기 안에 있던 페인트가 사격 대상에 맞아 흩어지는데 페인트의 현란한 색깔 때문에 실감나는 것이 액션 영화 이상이다.
페인트 볼이 스포츠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뉴햄프셔 삼림에서 뭔가 더 짜릿한 자극을 찾던 어른들에 의해서이지만 군대와 소방대의 훈련 방법으로 쓰였던 것만큼 실제 그 역사는 훨씬 오래된다. 신나고 자극적이며 빠른 스피드의 새롭고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어서일까. 페인트 볼 게임은 미 전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레포츠. 특히 최근의 인기 상승은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주말에 이곳에 오면 4게임 정도는 하게 되고 그렇다보면 4-5시간은 우습게 지나간다. 결코 가볍지 않은 총을 들고서 구르고 포복하고 쪼그리며 뛰다보면 안에 입은 셔츠가 땀으로 완전히 젖어들 만큼 자연스레 전신운동이 된다. 어디 육체뿐일까. 언제 총알이 날아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다보면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온전히 순간에 몰입하게 된다. 총알이 터지면서 총소리의 굉음과 함께 스트레스는 말 그대로 산산조각 난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페인트 볼은 함께 작전을 짜며 해야 하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 개발에도 최고이다. 게임에 드는 비용은 장비 대여를 포함해 약 70달러. 총(Marker)과 마스크(Goggle), 총알(Paint Ball) 등 기본적인 장비를 구입하는 데에는 약 150달러가 든다. 멀지 않은 미래에 올림픽 종목으로도 채택이 될 역동적인 스포츠, 페인트 볼을 함께 하며 인생을 나누고자 세 친구는 한인 페인트 볼 동호회, AK5(All Komericans 5)를 조직하고 새로운 회원을 기다리고 있다. 연락처 (213) 321-8778.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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