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갑다 연어야!

2002-11-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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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엄청난 생명력에 경외감


북가주 아메리칸 리버
연어낚시 동행 체험기

20세기 전까지 연어낚시는 상류사회의 귀족들만이 즐겼다. 당시 이 좋은 낚시를 즐기는데는 상당한 재력이 있어야 했고 연어가 올라오는 강의 일부 지점 입장료로 거액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재력이 뒤따른다 해도 운도 있어야 연어를 낚아 올릴수 있었다. 이래저래 연어낚시는 일반인들이 꿈도 꿔볼수 없던 레포츠였다. 하지만 지금은 장비의 발달과 주정부의 꾸준한 방류로 연어낚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 액티비티로 발전했다. 특히 북가주 새크라멘토는 서부지역에서 가장 연어가 잘 잡히는 곳 중 하나로 이맘때면 연어를 잡기 위해 수만명의 강태공들이 세계 각 지역에서 몰려든다. ‘킹 오브 리버’(The King of River) 연어를 잡아 올리기 위해 한인 강태공들과 북가주 아메리칸 리버로 자동차 핸들을 돌렸다.


평생 낚시라고는 이스턴 시에라와 빅베어서 송어 몇마리 낚아본 것이 고작인데 20~40파운드의 대어를 잡으러 간다는 생각에 LA에서 새크라멘토까지의 6시간반 드라이브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일행 중 낚시광인 이평수(41·터스틴)씨와 토니 김(30·가디나)씨도 연어낚시는 처음이라면서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현지에서 가이드로 나온 시스코사의 회계 매니저 브렌트에게 기본적인 레슨을 받고 그가 손수 만든 ‘특급 무기’ 플래스틱으로 만든 연어알 미끼와 추 그리고 바늘 세팅(setting)을 신주 모시듯 두 손으로 받아들었다.
“일인당 3마리는 노 프로블렘”이라는 브렌트의 말을 들으면서 근처 강가에 가보니 연어들이 펄쩍 펄쩍 뛰어 오르는 게 잡는데 그다지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강에 도착해 보니 낚시를 하는 사람들로 빼곡하다. 강가를 따라 적어도 300명의 낚시꾼들이 1미터 간격으로 줄을 서서 낚시를 하는데 여기 저기서 줄이 엉켰다는 소리가 새벽 안개를 뚫고 시끄럽게 들려온다.
슬슬 걱정이 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침 6시반부터 시작했는데도 정오가 되도록 고기를 잡기는커녕 입질도 없다. 옆에서는 10세된 어린아이도 벌써 두 마리를 건져 올리고 고기가 걸렸으니 주위에 조심을 요구하는 “피시 온”(Fish on)이라는 외침이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낚싯대는 180도로 휘어지고 사람과 연어의 싸움이 20분 이상 계속되는데 끌어올리는 연어의 사이즈가 성인 몸통의 반 정도로 입에서 감탄이 저절로 나오게 한다.
그런데 연어들도 초짜를 아는지 영 입질을 않는다. 빈손으로 반나절을 보냈다. 하체를 강물 속에 담그고 있어 몸의 반이 거의 마비상태가 된다.
그때 갑자기 낚싯대가 묵직해져 온다. 재빠르게 낚싯대를 들어올리니 연어가 걸린 것이 아닌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릴을 돌리는데 잘 돌아가지 않는다.
브렌트가 빨리 돌리라고 소리지른다. 줄이 느슨해지면 연어는 물위로 뛰어오르면서 줄을 끊어 버리고 도망친다. 다시 릴을 돌리는데 너무 힘들다. 더 이상 팔에 힘이 없어서 차라리 대를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브렌트가 또 소리 지른다. 줄 끊어진다고 물 가까이에 대를 대란다. 시키는 대로 하니 이런 물 속으로 빠질 것 같다. 10여분, 엄청난 ‘사투’를 벌였는데 갑자기 줄이 느슨해지면서 야속하게도 연어는 유유히 도망갔다.
일행 중 토니 김씨만이 3마리를 낚았다. 그러나 잠깐이었지만 연어와의 싸움은 평생 잃어버릴 수 없는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아메리칸 리버 낚시터는 1년내내 할 수 있지만 11~12월 일부 기간은 자연보호를 목적으로 연어낚시를 금지하고 있다.
자세한 문의는 가주낚시국(916-445-0411, www.dfg. ca.gov)을 통해 알아본다.

▲연어낚시 준비물
낚싯대는 7피트 이상의 길이의 민물 낚시용으로 준비한다. 연어의 입질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가 얇은 것이 좋다. 하지만 대가 길지 않으면 연어와 싸우는데 적지 않은 고생을 하게된다.
줄은 12~18파운드 테스트라인을 사용한다. 12파운드 밑으로 내려가면 쉽게 끊어지게 된다.
릴은 계속 캐스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캐스팅 릴(casting reel)이 좋지만 초보자의 경우 스피닝 릴(spinning reel)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연어와 싸울 때 줄이 엉켜버린다.
바늘은 4호를 쓴다. 합법적으로 바브리스(Barbless)만을 사용해야 한다. 일제인 빨간색 가마카추(Gamakatsu) 브랜드가 좋다.
미끼는 플래스틱으로 만든 연어알(구슬)을 사용하는데 지름은 3~5mm 정도이며 색깔은 핑크, 레드, 그린 등을 사용한다. 추는 납으로 만든 3/16인치 두께의 와이어(wire)를 3인치 길이로 잘라서 사용한다. 이 와이어를 기저귀 고무줄 자른 것에 넣어서 줄에 연결한다.
이밖에 4호 배렐 스위벨스(Barrell Swivels)와 4호 스냅 스위벨스(Snap Swivels)가 필요하며 물에 들어갈 때 입는 가슴까지 오는 방수 바지인 왜이더스(Waders) 그리고 끌어올린 연어를 가져갈 아이스박스도 준비해야 한다.
현지의 낚시점을 방문하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연어 낚시법
연어 낚시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점은 연어가 미끼(알 모양의 구슬)를 삼키는 것이 아니라 그 알을 보호하기 위해 입에 넣어 바위 사이에 끼어두는 모성애를 이용해 낚시를 한다는 것이다.
연어가 알을 입안으로 넣을 때를 잘 알고 훅(hook)을 걸어야 하는데 초보자에게는 정확한 포인트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캐스팅은 물의 상류방향으로 해서 미끼가 자연스럽게 물길을 따라 흐르게 한다. 추와 바늘 사이의 줄 길이를 10~15피트로 길게 만들어 물 속에서 미끼가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한다. 캐스팅을 하고 줄을 감으면 바위에 미끼가 부딪치는 느낌을 받게되는데 갑자기 줄이 들어가면 바로 연어가 물은 것이다. 바로 이때 낚싯대를 올리고 빠른 속도로 줄을 잡아당겨야 한다. 만약 줄이 느슨하면 고기는 요동을 치면서 줄을 끊고 도망치게 된다.
연어낚시는 일반적으로 강에 들어가서 하는데 발 밑에 있는 바위들이 매우 미끄럽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연어와 싸우다가 넘어질 수도 있다.


인근의 부화장…알낳기 위해 모천회귀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낚시터는 새크라멘토 다운타운에서 동쪽으로 15마일 지점에 있는 랜초 코르도바(Rancho Cordova) 지역 아메리칸 리버의 님버스(Nimbus) 댐 인근이다. 랜초 코르도바에 연어가 잘 잡히는 이유는 이 곳에 바로 연어 부화장(Nimbus Hatchery)이 있으며 저수지를 막아 논 댐 앞으로 연어가 모여들기 때문이다.
부화장에서 태어난 연어가 바다로 갔다가 3~5년 후 고향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삶을 마감하는데 이 기회를 노려 강태공들이 몰려든다. 낚시는 댐 동쪽에 있는 공원(입장료 차량당 4달러)에 차를 세워놓고 하면 된다.
부화장은 연어의 생태를 공부하기 좋은 곳으로 자체 박물관도 있다. 어린이들이 자신보다 큰 고기를 보면서 박수를 치면서 좋아한다. 부화장 주소 및 문의: 2001 Nimbus Rd Rancho Cordova, CA 95670, (916)358-2884.

■ 가는 길
LA에서 5번 프리웨이를 타고 6시간 정도 가면 새크라멘토 다운타운에 도착한다. 다운타운에서 50번 프리웨이 이스트를 타고 15마일 정도 가면 랜초 코르도바에 도착한다. Hazel Ave.에서 내려 좌회전 0.7마일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댐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부화장을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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