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함철훈의 포토에세이

2002-11-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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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도 흔적을 남기셨습니다

오늘 미션 샌 후안 카피스트라노 안뜰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연꽃도 고왔지만 하늘을 비춰내고 있는 물빛이 먼저 내 심상에 새겨졌습니다.
물이 이렇게 하늘까지도 넉넉히 담아낼 수 있음은 자기 색을 고집하지 않고서도 물일 수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렇게 사셨던 주님이 생각납니다.

나의 사진 작업은 막연히 좋은 촬영 거리가 있겠거니 기대하며 그것을 찾아, 무작정 나가는 것이 아니다. 이제 세상을 담아내는 사진촬영은 나의 사진 작업 중 마지막 단계가 되었다? 하고픈 얘기가 명확히 정리되어 가슴까지 뜨거워졌을 때, 기도 후에도 변함없이 주님의 말씀으로 가득 차 갈 때, 그때 나는 그 분이 주신 그 그림을, 그 분이 주신 그 빛으로 그리기 위해, 카메라를 정비하고 필름을 로딩한다. 내게 슈팅은 확신에 찬 마무리 작업이다. 사진은 내 삶을 풍성하게 해 줬으며, 거기서 얻게 될 도전과 경험은 더 좋은 영상과 기획을 만들어내는 변증법적 선 순환으로 발전한다. 사진은 나를 믿음으로 이끄는 그 분의 사랑을 확인하고 공개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섭리의 손>을 드러내는 도구이다.

필름 속에 신앙고백을 담은 사진작가 함철훈씨의 포토에세이는 화요일자 종교면에 격주로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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