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틱낫한의 평화로움

2002-1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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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화 옮김
열림원 펴냄


“삶은 고통으로 가득차 있지만 또한 푸른 하늘, 햇빛, 아이의 눈과 같은 경이로움들도 가득하다. 고통만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삶의 수많은 경이로움들과 만나야 한다. 그것들은 그대안에 , 그리고 그대 주위의 모든곳에,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틱낫한 스님의 책 ‘평화로움’은 이렇게 시작된다.
몇개월전 북카페를 통해 틱낫한의 ‘화’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화’를 비롯, 스님의 여러 책들이 각종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오르는등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미 10여권이나 번역 소개돼 있는 틱낫한의 책들에 갑자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사는게 그만큼 각박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틱낫한은 시인이자 선승이고 명상가이다. 그는 달라이 라마와 함께 세계 종교계의 아름다운 두송이 꽃으로 일컬어진다. 그의 가르침은 사자후같은 열변이 아니다. 귀에 대고 속삭이는듯 나지막하다. 그렇지만 어떤 큰 목소리 보다도 강한 힘이 있다.
틱낫한은 100여권의 책을 써낸 대단한 저술가이다. 그 가운데서도 ‘평화로움’은 그의 메시지의 원형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대표적인 책이다. 첫장에서 그는 오랜 명상 끝에 깨달은 미소의 힘을 얘기한다. “한 아이가 미소짓는다면, 한 어른이 미소짓는다면 그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나날의 삶속에서 우리가 미소 지을수 있다면, 평화롭고 행복할수 있다면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은 짧은 시를 한편 들려준다. “숨을 들이쉬면서 마음에는 평화/ 숨을 내쉬면서 얼굴에는 미소/ 나는 느낀다. 내가 살아 숨쉬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경이로운 순간임을.” 틱낫한에게 있어 미소 짓기는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진정한 평화운동이다.
틱낫한은 우리가 진리의 이름으로 서로를 죽이고 있다고 개탄한다. 그러면서 평화는 오직 하나의 관점에 집착하지 않을 때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이는 곧 사랑과 이해의 메시지로 연결된다. “나무를 기를 때 나무가 잘 자라지 않는다고 나무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대는 그것이 잘 자라지 않는 이유를 찾는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를 비난한다. 비난은 전혀 아무 효과가 없다. 다만 이해하라.”
틱낫한은 결코 어렵지 않은 언어로 읽는 이들을 평화로움으로 이끌어 간다. 그 여정에 또 다른 친구가 돼 주는 것은 책에 실린 40여점에 이르는 필 보르게스의 사진들이다. 몽고와 티벳, 파키스탄등지에서 찍은 보르게스의 사진속 인물들은 평화의 의미를 확인시켜 준다. 마치 “삶은 고통뿐 아니라 경이로움으로도 가득차 있다”고 말하는 있는 듯하다.
<조윤성 기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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