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정없는 부부관계 끝내 비극적 파멸로

2002-1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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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무게 The Weight of Water
★★★½

여류감독 캐스린 비글로의 긴장감과 열정이 소용돌이를 치는 성적 심리드라마로 스타일이 차갑도록 명징하다. 기만과 악의와 방향을 잃은 욕망에 관한 얘기가 과거와 현재의 두 궤적을 달리면서 기기묘묘하게 엮어졌다.
쾌락과 질투와 죽음의 두 얘기는 평행선을 달리다가 파괴적이요 폭력적인 행위와 궤도를 일탈한 욕정이 큰 몸부림을 치면서 폭풍 같은 결론을 맺게 된다. 잘못 놓인 채울 수 없는 열정의 자극적인 드라마요 스릴러로 죽음과 회한, 근친상간과 끔찍한 살인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끈적대는 성적 습기가 보는 사람의 감관을 물고늘어진다.
부부관계에 금이 간 사진기자 진(캐서린 매코맥)과 그의 남편으로 유명 시인인 토마스(숀 펜이 줄담배를 피우며 시종일관 흐린 얼굴이다)는 오래 전 악명 높은 이중살인이 일어난 뉴햄프셔 인근 섬으로 향한다. 이들과 동행하는 사람들은 요트 주인으로 토마스의 동생인 리치(조시 루카스)와 그의 섹시한 애인 에이달린(엘리자베스 헐리).
진은 1873년 이 섬에서 일어난 노르웨이서 이민 온 두 여인의 끔찍한 살인사건의 현장을 찍으러 온 것. 진이 이 불가사의한 사건의 진상을 캐나가면서 이야기는 과거 사건의 핵심인물이었던 애정 없는 결혼생활을 하던 마렌(새라 폴리)의 욕망과 진의 상처 난 부부관계라는 현실이 서로 교차하며 서술된다.
과거 때문에 고뇌를 하는 토마스가 희롱하듯 무르익은 육체로 자기를 유혹하는 에이달린에게 묘한 호기심을 느끼게 되면서 진은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게 된다. 이같은 의심은 마침내 진의 불신과 질투와 좌절감을 자극시켜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날 진은 파괴적 행위를 자행, 엄청난 비극이 초래된다. 진의 행위와 마렌의 행위는 모두 정열이 저지른 범죄로 두 여인의 행위와 심리상태가 천둥번개를 치며 평행선을 긋는데 결국 진은 마렌의 광기에 오염되고 만 것이다 .
카메라가 눈치 보며 엿보면서 보는 사람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시키는데 펜과 매코맥, 헐리 및 폴리 등의 연기도 좋다. 매듭이 채 안 풀린 듯한 감은 있으나 볼만하다. R. Lions Gate. 아크라이트(323-464-4226), 베벌리센터(800-555-TELL), 유니버시티6(800-555-TELL), 마켓플레이스(626-444-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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