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설적 여류화가가 펼친 격정의 생

2002-10-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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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롭고 극적이요 또 정열적인 삶을 살다간 멕시코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의 삶을 마치 그의 화폭처럼 화려하게 그린 드라마다. 프리다는 상상력 풍부하고 심오한 작품을 창조한 화가로 그의 삶은 삶 그 자체보다 더 큰 모양을 했었다. 그의 그림은 지금도 전세계서 회고전을 통해 전시되고 있으며 그의 삶도 끊임없는 연구와 집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프리다의 삶은 하나의 전설과도 같았다. 그의 남편은 지독한 바람둥이이긴 하나 천재적인 벽화가 디에고 리베라였고 그의 친구들은 당시 멕시코 문화계와 사회의 불빛이었던 미술가와 정치인들이 많았다.
술꾼이기도 했던 프리다는 맹렬하니 독립적이요 불같은 의지와 타협을 모르는 여자였다. 그는 또 정열적인 연인이자 자유 혼의 소유자요 생존자로 “강철같이 단단하면서도 나비의 날개처럼 부드러운 여자”로 묘사됐었다.
이 영화는 프리다로 나온 멕시코 배우 샐마 하이엑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감독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언 킹’을 제작해 사로잡는 시각미를 지녔다는 평을 받은 여류 줄리 테이모다. 프리다의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연대기적으로 묘사한 영화이자 테이모의 독특한 감각이 프리다의 스타일과 상상력과 부합된 작품이라고 하겠다.
영화는 프리다의 소녀시절부터 시작된다. 어릴 때부터 에너지 가득하고 정열적이었던 프리다는 그 때부터 자기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디에고(알프레드 몰리나가 훌륭한 연기를 한다)를 흠모한다. 그러나 프리다는 학생시절 전차사고로 등뼈를 크게 다치면서 고통의 날이 시작된다. 프리다는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아야 했는데 이런 고통이 그의 삶을 규정하는 계기가 되면서 창작 혼을 불살라 많은 그림들을 그리게 된다.
도전을 피하지 않던 프리다는 악명 높은 변덕쟁이이긴 하나 뛰어난 재주를 지닌 디에고와 결혼한다. 그러나 모두 정열적인 예술가였던 두 사람은 사랑하고 충돌하면서 격동하는 삶을 살게 된다. 프리다와 디에고는 미국에 진출, 크게 성공하는데 이 때 디에고가 그린 록펠러(하이엑의 실제 애인 에드워드 노턴) 빌딩의 벽화사건은 유명한 에피소드다(록펠러가 그림 속 레닌의 얼굴을 지워달라고 요구했으나, 디에고가 이를 거부, 록펠러는 다 그린 거대한 벽화를 깨부수었다).
뉴욕서 유산한 프리다와 디에고는 멕시코로 돌아와 망명한 트로츠키(제프리 러시)와 친해지나 트로츠키는 암살 당한다. 그리고 프리다는 디에고의 바람기를 못 참아 둘은 이혼한다. 상당히 생명력 있고 잘 만든 영화로 원색적 시각미가 화면을 불태운다. 그러나 하이엑의 연기는 프리다의 내적 강렬함과 정열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고 내용이 시각미에 비해 깊지 못하다. R. Miramax. 로열(310-477-5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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