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민 가정의 일상 통해 참신한 삶 그려낸 수작

2002-10-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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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여자들은 커브가 졌어’ (Real Women Have Curves)
★★★★½

이스트 LA에 사는 서민가정의 삶을 고교를 막 졸업한 아나(아메리카 페라라)의 관점에서 본 감동적이요 훌륭한 드라마다.
이민자로서의 아나네 삶은 한국사람들과 너무나도 공통점이 많아 한국 팬들에게는 남달리 어필 할 작품이다.
얘기는 모녀 갈등과 가치관의 차이, 생존경쟁과 결점 그리고 사랑과 희망 등 모든 평범한 가정의 일상적인 것이다. 이 영화로 데뷔한 여류 파트리시아 카도소 감독은 아나의 가정을 속속들이 알고 또 연민과 사랑으로 들여다본다.
참으로 영혼을 고양시켜 주는 삶과 사랑 그리고 뚱뚱한 여성들의 몸 사이즈에 바치는 찬미로 유머와 페이소스가 고루 담긴 보석 같은 영화다.
고교를 막 나온 아나는 컬럼비아대에 입하원서를 낸 뒤 과년한 언니 에스텔라의 작은 봉제공장서 일한다. 아나의 어머니 카르멘(루페 온티베로스)은 딸을 사랑하나 고지식한데 반면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매우 자상하다. 자연히 아나와 어머니간에 세대간 다툼이 일지만 아나의 집은 행복하다.
냉방장치가 제대로 안된 봉제공장은 찜통 같은데 더위에 견디다 못한 아나가 옷을 벗어 던지면서 여성 몸 사이즈에 대한 얘기가 우습고 신랄하며 또한 설득력 있게 묘사된다.
아나와 카르멘과 에스텔라 세 모녀는 모두 뚱뚱할 정도로 풍만한 몸매를 지녔는데 이 영화는 여성 몸 사이즈란 언제나 자기 것이 적당한 것이라면서 뚱뚱한 여자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여성 드레스를 만드는 뚱뚱한 여자들의 몸매 얘기여서 아이러니컬하게 우습다.
공장 렌트도 제대로 못 내면서 간신히 생활하는 세 모녀의 끈질긴 삶의 의욕이 가상한데 에피소드로 아나와 백인 부자소년과의 짧은 로맨스가 보기 좋다. 마침내 컬럼비아대서 합격 통지서가 전달되나 아나는 딸을 멀리 못 보내겠다는 어머니의 고집 때문에 크게 실망한다.
일상의 고단함을 기쁨으로 승화시킨 아름답고 사실적이며 또 자비로운 영화로 카도소와 페라라의 연기가 뛰어나다. 다채로운 이스트 LA의 모습을 찍은 촬영과 멕시칸 음악도 좋다. PG-13. HBO.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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