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혹하는 능력은 곧 권력이다”

2002-10-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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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기술’

로버트 그린 지음
이마고 펴냄

‘유혹’하면 이성이 먼저 연상되지만 사람들간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여겨지는 현대사회에서 유혹의 효용과 기능은 단순히 남녀관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과거에는 힘을 바탕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수 있었지만 이제는 교묘하고 부드럽게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이 없이는 이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그래서 ‘유혹의 기술’을 저술한 로버트 그린은 책속에서 “유혹은 곧 권력”이라고 쓰고 있다. 권력을 좋아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는 한 인간은 결코 유혹자가 되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권력을 얻으려면 반드시 유혹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대선이 몇 달 남지 않았는데 그린의 주장을 차용한다면 결국 유권자들을 누가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유혹하는가에 따라 대권의 주인이 가려지게 된다는 논리이다.
‘유혹의 기술’에서 그린은 “도덕적인 판단을 벗어 던지고 삶을 유희로 보는 유혹자의 철학을 받아 들이자”고 역설한다. 그러면 삶이 좀더 자연스럽고 수월한 휴식처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왜 우리는 어떤 이들에게 빠지고 열광하게 되는가. 그들은 어떻게 다른 이들의 사랑과 관심을 얻게 되는 것일까. 이 책은 동서고금을 넘나 들며 유혹의 화신으로 평가되는 인물들을 통해 유혹의 유형과 방법들을 분석하고 있다.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인데도 주제의 독특함과 다양한 내용때문에 흡인력이 상당하다.
저자는 유혹자의 유형을 코케트(냉담한 나르시스트형), 카리스마(열정적인 신념가형), 스타(신비로운 우상형), 세이렌(요부형), 레이크(바람둥이형), 아이디얼 러버(헌신적인 연인형), 댄디(창조적인 스타일리스형), 내추럴(천진난만형), 차머(능란한 외교가형)등 9가지 형으로 나눈후 대표적인 인물들을 통해 그들의 특징을 살피고 있다. 관계를 당겼다 풀었다 하면서 나폴레옹의 애간장을 태웠던 조제핀등이 코케트의 대표적인 인물이며, 남편사망후 허전해 하던 빅토리아 여왕의 마음을 파고 들었던 영국재상 글래드스톤등은 차머에 속한다. 또 존 F. 케네디 같은 인물은 물론 스타형. 그린은 “케네디는 정확한 계산과 의도를 가지고 미국인들을 유혹했으며 정치가로서 그의 생애는 할리웃 배우 역할과 비슷했다”고 말한다.
2부에서는 유혹의 24가지 전략과 전술을 다루고 있다. 전술과 전략에는 물론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마술적으로 이뤄지는 운명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만들어지는 결과”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렇기에 제목도 ‘유혹의 기술’로 붙여졌을 것이다.
책속에는 유혹과 관련된 수많은 애정관계가 사례들로 다뤄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카사노바 입문서’ 정도로 보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애정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이 유혹이기 때문이다. <조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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