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비결

2002-10-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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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의 마음

칼럼 ‘사모의 마음’이 신설됐습니다. 매주 금요일자 종교면에 실리는 이 칼럼은 목사의 아내들이 쓰는 작은 수필로 이민교회의 현장,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목회를 돕는 사모들의 이야기가 여성적인 감수성과 따뜻한 필체로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처음 글을 시작하는 필진은 박상은(죠이휄로십교회 박광철목사의 아내), 최미화(아름다운 동산교회 최명환목사의 아내), 신은실(오렌지카운티한인교회 신용규목사의 아내), 신혜원(새롬교회 신종락목사의 아내) 등 4명의 사모들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을 기대합니다.

밤을 새는 것은 쉬운데 새벽을 깨우는 일은 너무나 힘이 드는 야간형이라 목회를 하면서 제일 주눅드는 일이 새벽기도회였다.
그래도 교인이 많은 큰 교회에서는 거리도 멀고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있으며 은혜로 넘어갔다. 하지만 교회를 새로 시작하면서 기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니 어떤 핑계도 용납이 될 수 없었다.
밤에 일찍 자야 새벽을 깨울 수 있다는 강박증 때문에 억지로 잠을 청하다가 밤을 꼴딱 새우고 새벽을 맞이하니 하루종일 비몽사몽으로 헤매며 너무나 피곤한 삶이었다.
잠을 못 자고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다 보면 피곤 때문에 기도도 잘 못하고 정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체면유지로 며칠 지탱할 상황이 아니었다. 하나님께 체질을 새벽형으로 바꾸어 달라고 간청하며 새벽을 정복하리라는 결심을 다부지게 했다. 피나는 노력을 한 결과 지금은 아무 갈등 없이 시계 없이도 자동적으로 새벽을 맞이하며 즐긴다.
내가 힘든 경험을 했기 때문에 밤늦게 자는 젊은 교인들이 새벽기도회에 못 나오는 것을 너무나 관대하게 이해한다. 그런데도 새벽기도 하러 나오는 청년들을 보면 정말 “새벽이슬”로 비유되는 청년들이 너무나 예쁘고 대견하다. 실제로 새벽기도회에 나와서 좋은 배우자를 만난 부부들도 있다.
힘들게 노력해서 얻은 새벽을 깨우는 좋은 습관은 하루를 풍성하게 보내게 해준다. 예수님이 습관을 좇아 감람산에 가신 것처럼 나도 새벽기도회를 끝내고는 글렌데일 뒷산에 올라가는 좋은 습관을 갖게 되었다.
건강과 운동에 대한 관심은 모든 사람의 주제이다. 매일 산에 오르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꾸준하게 한다.
그런데 건강을 위하여 열심히 걷기 시작하였지만 이제는 정말 그 시간을 사랑하며 연애하는 마음으로 즐기게 되었다. 산을 오르며 예배당에서 기도하는 시간과 달리 하늘과 땅을 지으신 그분과 자연 속에서의 대화는 신선한 공기만큼이나 감동을 주는 사건이며 시간들이다.
그 시간에 과거와 미래를 왔다갔다하며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마음속에서 만나게 된다. 바로 그 시간에 나는 내가 관심을 갖고 사랑해야 할 사람들에게 바쁘다는 이유로 무심했던 미안함과 나의 성실하지 못함을 자책하면서 반성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만나야 할 사람과 해야할 일들을 생각하며 계획하고 정리한다.
산을 오르고 내려오며 생각이 많이 달라지는 자신을 보게 된다. 대자연의 푸근함과 넉넉함에 인생의 갈등을 일으키는 시기와 질투심, 열등감, 욕심과 야망과 비교의식도 버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단지 체질을 바꾸어달라고 어린 아이 같은 투정을 하며 드린 기도가 정말로 생각까지 바뀌게 되어 마음도 육체도 건강해지는 보너스의 은혜를 경험하며 안정된 심령으로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비결을 배운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시편 121편 1절)
박상은 (죠이휄로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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