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는 기억나는 목사인가”

2002-10-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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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전에 내쉬빌에서 열린 연합감리교회 한인 목회자대회에는 80여명의 목사들이 전국에서 모여 “일어나 빛을 발하라-뜨겁게 시원하게 신선하게”라는 주제로 나눔과 배움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 강사들이 모두 40대 목사이며 모인 목사들이 대부분 30, 40대였던, 한인 연합감리교회의 차세대를 겨냥한 대회였습니다.
저녁 집회가 끝나고 모두들 밤참을 먹고는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전 같으면 주로 듣는 위치에 있던 제가 이제는 후배 목사들에게 무언가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현 주소를 찾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몇 명의 30대 목사들은 몇 년 전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자연스럽게 멘토링이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회에 제게 주어진 과제는 ‘이민교회 고개넘기’라는 웍샵을 인도하는 것과 ‘연합감리교회 선교정책’ 패널리스트로 참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민교회의 개척에서부터 성장과정의 고비들을 나누는 웍샵을 준비하면서 저는 20년의 목회를 돌아보는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의 목회는 동부 뉴저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미국교회의 부목사로 시작하여 그 교회 안에서 한인 회중을 개척하고, 개체 교회로 독립하여 그레이스 한인 연합감리교회의 담임목사로 사역하다가 지금의 글렌데일로 온 지도 벌써 5년째입니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한마디로 ‘Amazing Grace,’하나님의 은혜라고 표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연약함을 아셨는지 어렵지 않게 목회 시작의 길을 열어주셨고, 위기가 있을 때마다 좋은 평신도, 선배 그리고 친구 목사들을 보내 주셔서 고비를 넘게 해 주신 것들도 기억납니다.
저의 목회를 돌아보면서 한 장로님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신앙생활 하는 가운데 기억나는 목사님들을 소개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청년시절 서울역 앞 빵집에서 빵을 사 주셨던 목사님, 한국 어느 기도원을 방문했을 때 수제비를 대접해 주셨던 목사님, 그리고 낚시를 좋아하신 목사님께서 밤새 잡아온 새우를 함께 나누어 먹던 것이 기억난다고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이민 생활을 하는 가운데 정들었던 교회를 떠나 타주로 이사가던 날, 맥도널드에서 아침을 사 주셨던 목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는 목이 메어 말씀을 잊지 못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예수님께서 도망간 제자들을 갈릴리 호수가로 찾아가셔서 그들에게 아침을 준비해 주신 성경 말씀을 읽으시면서 말씀을 마치셨습니다.
나는 과연 20년의 목회생활 가운데 예수님의 마음을 가지고 교인들을 사랑했었나? 과연 나는 교인들에게 기억나는 목사인가? 기억이 난다면 어떤 모습으로 그들의 마음에 남아 있을까? 사랑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사랑 받기를 원했던 나의 모습을 보면서 회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성현 (글렌데일 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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