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치며

2002-09-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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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참회록

▶ 백승환 (주님의 영광교회 부목사)

한동안 시인 윤동주가 쓴 참회록이라는 시가 내 마음을 사로 잡았던 적이있었다.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 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든가.
항일운동정신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이 시를 읽기 이전에 윤동주의 참회록에 공감하게 되는 그리고 가슴에 찡한 감전 현상을 일으키게 했던 요소는 바로 젊은 나날에 순간 순간 느끼게되는 인생의 허무함, 짜릿한 니힐리즘적인 표현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
윤동주의 참회는 결국 부끄런 고백을 했던 과거에 대한 회한, 그래서 결국 운석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습을 발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만다.
윤동주의 참회록만큼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또 다른 참회록은 신학교에 다니면서 가까이 했던 성 어거스틴의 참회록이다.
성 어거스틴은 44세가 되던 해에 교회 지도자(주교)의 신분에서 참회록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참회록을 통해 죄악으로 일관되었던 자신의 삶을 통렬하게 서술하면서 삶의 온전한 의미는 죄로 인해 단절되었던 하나님과의 상실된 관계 회복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어거스틴의 참회록이 천년이 넘는 오랜 기간에 가장 많이 읽혀지는 고전가운데 한권으로 꼽히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가 진솔하게 고백한 그의 죄에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든 오늘날까지 공감하고 있고, 또한 그가 발견한 삶의 진리가 성경 전체의 핵심을 명쾌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의 참회록을 써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때가 있는 것 같다. 참회록을 쓰는 일은 아마도 나의 삶을 돌이켜보고, 남은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그리하여 주어진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그런 작업으로 생각된다.
젊은 날 가슴앓이를 경험하며 읽었던 윤동주의 참회록은 이제 소중한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다. 그리고 그 윤동주의 부끄런 고백을 통해, 이제는 거짓을 보고 그것을 참된 것으로 알고 따랐던 오류, 참된 것을 알게된 후에도 죄의 늪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몸부림…인간은 죄를 범하여 죄인이 된 것이 아니라 죄인이기 때문에 죄를 범할 수밖에 없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런 고백으로 나의 참회록을 시작하기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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