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묘기넘친 건강 축구...’인화’ 골인

2002-06-28 (금)
크게 작게

▶ 월드컵 4강 신화가 열어준 한인 축구열풍

한국 대표팀이 스페인과의 4강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지난 주말 한인타운은 온통 감동의 물결, 흥분의 도가니였다. 시키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모두들 빨간색 티셔츠를 챙겨 입고 나와 목소리 합하여 ‘대~한민국’을 외쳤다. 한국이 비록 독일에 패해 결승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작은 공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세상을 하나로 묶었으니 말이다.

재미한인 LA축구협회의 최원갑 회장(사우스베이 축구회)은 요즘 들어 각 지역 조기 축구회에 가입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를 하루에도 10여 통이 넘게 받고 있다. 월드컵 열기를 타고 한인 사회에도 축구 열풍이 불어 온 것이다.

격렬하기 때문에 운동 효과가 크다는 것은 축구가 지닌 커다란 장점이다. 김영율(치과 의사, 글렌데일 축구회)씨는 한 두 시간만 뛰면 하루종일 골프 친 것 이상의 운동 효과가 있는 축구를 시작하고부터 주말 과부 만든다는 아내의 불평도 사라졌고 휴일을 보다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며 ‘축구 예찬론’을 펼친다. 군대에서를 마지막으로 축구와 담을 쌓았던 박강기씨(할리웃 축구회)가 다시 공차기를 시작한 것은 건강상의 이유였다. 20년째, 주말 아침마다 게임을 하면서 그는 20대 때 못지 않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팀 플레이를 요구하는 운동인지라 같은 팀의 선후배들은 친형제보다 더한 정으로 묶여 있게 마련. 사람 사귀기가 쉽지 않은 미국 생활이지만 축구를 통해 가슴 따뜻한 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지난 주말 LA의 존 페라노 축구 구장에서는 재미한인 LA 축구협회 소속 16개 지역 축구팀 1,500명 회원과 가족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할리웃 축구회 회장배를 놓고 대회를 벌였다. 구장에는 이제 국민 응원가가 된 "오! 필승 코리아"의 흥겨운 리듬이 울려 퍼져 선수들과 가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아침 8시, 이른 시각이지만 사우스베이 축구회와 세리토스 축구회의 장년 팀들이 이미 경기를 시작했다. 양 팀 모두 결성된 지 10년이 넘었고 매주 두 차례 모여 기량을 닦아왔던 지라 실력이 막상막하다. 빨강, 주황, 노랑 선수들이 입은 유니폼은 프로들만큼 멋지고 강렬했다. 공을 따라 달리는 그들의 다리는 고대 그리스 조각보다 탄탄하고 태양에 그을러 구리 빛이 된 선수들의 피부에서는 건강한 삶의 에너지가 충만하다.

1차 토너먼트 전반전이 끝나자 선수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목을 축인다. 고작 30여 분 운동을 했을 뿐인데 온 몸에는 땀이 비오듯 흐른다. 저토록 건강한 육체에 어찌 나약한 영혼이 자리를 붙이겠는가.

현대인들이 즐기는 대부분의 스포츠는 스스로와의 외로운 싸움. 거기다가 그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장비 마련에도 적지않은 경비가 소요된다. 그런 면에서 축구는 공 하나 가지고 한 팀에 11명씩, 두 팀이 뛰게 되니 22명의 선수가 즐길 수 있고, 거기에다가 이를 응원하는 동네 사람들까지 합세하니 아주 경제적인 스포츠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축구는 온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라 심폐기능 강화는 물론, 전신의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키며 건강한 체력을 기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아침 이른 시각에 운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 더욱 좋다. 뻥 소리와 함께 스트레스까지 아주 멀리 날아가 버린다.


<박지윤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