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이 스페인과의 4강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지난 주말 한인타운은 온통 감동의 물결, 흥분의 도가니였다. 시키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모두들 빨간색 티셔츠를 챙겨 입고 나와 목소리 합하여 ‘대~한민국’을 외쳤다. 한국이 비록 독일에 패해 결승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작은 공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세상을 하나로 묶었으니 말이다.
재미한인 LA축구협회의 최원갑 회장(사우스베이 축구회)은 요즘 들어 각 지역 조기 축구회에 가입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를 하루에도 10여 통이 넘게 받고 있다. 월드컵 열기를 타고 한인 사회에도 축구 열풍이 불어 온 것이다.
격렬하기 때문에 운동 효과가 크다는 것은 축구가 지닌 커다란 장점이다. 김영율(치과 의사, 글렌데일 축구회)씨는 한 두 시간만 뛰면 하루종일 골프 친 것 이상의 운동 효과가 있는 축구를 시작하고부터 주말 과부 만든다는 아내의 불평도 사라졌고 휴일을 보다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며 ‘축구 예찬론’을 펼친다. 군대에서를 마지막으로 축구와 담을 쌓았던 박강기씨(할리웃 축구회)가 다시 공차기를 시작한 것은 건강상의 이유였다. 20년째, 주말 아침마다 게임을 하면서 그는 20대 때 못지 않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팀 플레이를 요구하는 운동인지라 같은 팀의 선후배들은 친형제보다 더한 정으로 묶여 있게 마련. 사람 사귀기가 쉽지 않은 미국 생활이지만 축구를 통해 가슴 따뜻한 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지난 주말 LA의 존 페라노 축구 구장에서는 재미한인 LA 축구협회 소속 16개 지역 축구팀 1,500명 회원과 가족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할리웃 축구회 회장배를 놓고 대회를 벌였다. 구장에는 이제 국민 응원가가 된 "오! 필승 코리아"의 흥겨운 리듬이 울려 퍼져 선수들과 가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아침 8시, 이른 시각이지만 사우스베이 축구회와 세리토스 축구회의 장년 팀들이 이미 경기를 시작했다. 양 팀 모두 결성된 지 10년이 넘었고 매주 두 차례 모여 기량을 닦아왔던 지라 실력이 막상막하다. 빨강, 주황, 노랑 선수들이 입은 유니폼은 프로들만큼 멋지고 강렬했다. 공을 따라 달리는 그들의 다리는 고대 그리스 조각보다 탄탄하고 태양에 그을러 구리 빛이 된 선수들의 피부에서는 건강한 삶의 에너지가 충만하다.
1차 토너먼트 전반전이 끝나자 선수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목을 축인다. 고작 30여 분 운동을 했을 뿐인데 온 몸에는 땀이 비오듯 흐른다. 저토록 건강한 육체에 어찌 나약한 영혼이 자리를 붙이겠는가.
현대인들이 즐기는 대부분의 스포츠는 스스로와의 외로운 싸움. 거기다가 그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장비 마련에도 적지않은 경비가 소요된다. 그런 면에서 축구는 공 하나 가지고 한 팀에 11명씩, 두 팀이 뛰게 되니 22명의 선수가 즐길 수 있고, 거기에다가 이를 응원하는 동네 사람들까지 합세하니 아주 경제적인 스포츠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축구는 온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라 심폐기능 강화는 물론, 전신의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키며 건강한 체력을 기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아침 이른 시각에 운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 더욱 좋다. 뻥 소리와 함께 스트레스까지 아주 멀리 날아가 버린다.
<박지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