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스터 디즈’(Mr. Deeds)

2002-06-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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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½(5개 만점)

가끔 웃으면서도 웃는 내가 부끄러워지는 이 코미디는 할리웃의 국민우화 감독 프랭크 캐프라의 1936년작 ‘미스터 디즈 도시에 가다’를 바탕으로 만든 현대판 우화다. 캐프라가 오스카 감독상을 받은 원작에서는 게리 쿠퍼와 진 아서가 나왔는데 인간의 선을 찬양한 기막히게 재미있고 잘 만든 영화였다.

그러나 신판은 매우 무기력하고 독창성도 없는 데다 진부할 정도로 평범하다. 코미디와 드라마 모든 면에서 실패했는데 엉성한 내용을 메우려는 한심한 우스개 짓과 주인공들의 하기 싫어하는 듯한 연기 및 날림공사 같은 끝마무리 등 결점 투성이의 영화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출신의 코미디언 애담 샌들러의 흥행성을 믿고 만들었으나 그의 인기가 내리막길을 가는 요즘 이런 타작을 여름장에 내놓은 배짱 하나 가상하다.


롱펠로우 디즈(애담 샌들러)는 뉴햄프셔의 그림 같은 작은 동네서 피자가게를 경영하는 마음 착한 총각. 그가 느닷없이 있는지 알지도 못했던 대재벌 친척으로부터 400억달러(원작선 2,000만달러)의 유산을 물려받으면서 맨해턴으로 진출한다.

친척 아저씨의 미디어 기업 블레이크 엔터프라이즈의 경영권을 인수받은 디즈를 놓고 이 기업을 말아먹으려는 기업체의 제2인자 척(피터 갤라가)이 음모를 꾸민다. 한편 촌 동네 출신 재벌총각의 인물과 배경 취재에 온갖 미디어가 열을 올리면서 ‘인사이드 액세스’라는 TV 뉴스쇼의 출세 지향적인 여제작자 베이브(위노나 라이더)가 자기 신원을 위장하고 디즈에게 접근한다.

순진한 디즈는 베이브의 위장 전술에 완전히 넘어가 자기의 일거수일투족이 TV를 통해 방영되는데도 베이브를 의심 않는다. 의심은커녕 디즈는 베이브를 사랑하게 되나 마침내 베이브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도시 삶에 실망, 귀향한다.

내용이 빤한 영화여서 별 흥미를 제공 못하는데(각본이 수준 미달) 디즈의 동작 빠른 하인 에밀리오로 나온 존 투투로(그와 함께 ‘미친 눈’으로 나온 스티브 부세미의 이력에 먹칠할 영화다)가 오히려 샌들러보다 우스우나 한심한 역이다. 스티븐 브릴 감독. PG-13. Columbia.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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