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러블리 & 어메이징’(Lovely & Amazing)

2002-06-28 (금)
크게 작게

▶ ★★★★

지금 상영중인 ‘야-야 자매들의 신성한 비밀’에 이어 여감독이 연출한(각본 겸) 여자들의 얘기로 상큼하고 위트와 유머를 지닌 가족 드라마 코미디다. 혼자 사는 어머니와 장성한 두 딸과 10세짜리 막내딸의 꿈과 좌절 그리고 사랑과 자질구레한 일상과 염려와 자아 보상 같은 것들을 특별한 줄거리에 따르지 않고 즉흥적으로 늘어놓는 식으로 만들었는데 아주 사실감이 있다(디지털 비디오 카메라 촬영이 이런 사실감과 근접성을 더욱 살려준다).

인물과 성격위주의 영화로 보통 여인들의 보통 이야기지만 감독은 그것을 새롭고 민감하니 다루고 있는데 작중 인물들의 사정을 자기 가족의 것처럼 통찰하면서 또 그들을 자상하니 돌보듯 하고 있다.

여인 가족의 기둥은 복부 지방제거 수술을 받기로 한 중년의 어머니 제인(브렌다 블레딘). 입양한 10세 흑인 딸 애니(레이븐 굿윈이 깜찍하니 연기를 잘한다)와 단둘이 살면서 남자 사랑이 그리운 제인은 담당의사에게 은근히 마음을 준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수공예가인 큰딸 미셸(캐서린 키너)은 암담한 삶에 지쳐 있다.

서푼짜리 배우인 둘째딸 엘리자베스(에밀리 모티머)는 마음이 착해 길에 보이는 개는 무조건 집에 데려다 키운다. 엘리자베스는 자기의 오디션 대상인 스타 케빈(더못 멀로니)과 잠자리를 같이 한 뒤 그 앞에서 나체로(모티머가 완전 전면 노출연기를 하는데 매우 자연스럽다) 서서 자기 육체의 결점을 지적해 달라고 하는 순진한 여자다.

그리고 뚱뚱한 애니는 금발에 백색피부를 하고 싶다며 유난히 외모에 신경을 쓰는 조숙한 소녀로 수십년 나이 차가 나는 큰언니 미셸과 의견 충돌이 잦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결혼 후 직장 한번 안 다녔다고 핀잔하는 남편 때문에 홧김에 원아워 사진가게에 취직한 미셸과 가게 주인의 17세난 아들 조단(제이크 길렌할)의 섹스. 큰 눈에 머리를 산발한 조단이 큰 누나뻘인 미셸을 사랑한다며 호텔 가자고 조르는 모습이 배꼽을 빼게 만든다.

모두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여자들의 얘기가 봄바람처럼 신선한데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가 훌륭하다. 니콜 홀로프세너 감독. R. Lions Gate. 선셋5(323-848-3500), 뉴윌셔(310-394-8099), 타운센터5, 유니버시티6, 플레이하우스7.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