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윈드토커즈’(Windtalkers)

2002-06-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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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대전 태평양 전투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나바호 인디언 암호 통신병들과 그들을 보호하는 해병들의 인간관계를 둘러싸고 장렬한 전투액션이 펼쳐지는 치열한 전쟁영화다. 당시 일본군이 미군의 암호교신을 모두 해독하는 바람에 전투진행에 큰 차질을 빚자 미군은 나바호 인디언들을 징집해, 특별 암호 통신술을 개발시켰었다.

이 암호는 나바호의 언어로 만들어져 적이 해독하기 불가능해 미국의 태평양전투 나아가 2차대전 승전에 큰 기여를 했다. 이 공로로 2차대전 때 전선에 투입됐던 나바호 해병중 생존자 29명이 지난해 7월 워싱턴서 부시에 의해 의회 금메달을 수여 받았다.

액션 연출에 뛰어난 존 우 감독의 영화여서 전쟁장면들은 공포감과 근접감을 격렬하게 느끼게 할 만큼 박력 있고 처절하다. 상영시간 134분간 화면이 진동하며 찢어지는 전쟁의 붉은 오렌지빛 화염과 처참한 아비규환이 간단없이 계속 되는데 이같은 액션의 쉼표로 나바호 암호병과 그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은 해병간의 인간 관계와 서서히 맺어지는 우정이 묘사된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현명하고 용감한 나바호 벤 야지(애담 비치)와 그의 보호자인 해병 조 엔더스(니콜라스 케이지). 여기에 벤의 친구인 찰리(로저 윌리)와 그의 보호자 악스(크리스천 슬레이터)가 들러리를 선다.

조는 벤의 보호임무를 맡기 전 치렀던 전투서 명령을 끝까지 지키다가 자신이 이끄는 분대가 전멸해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그는 처음에 자신에게 접근하는 벤을 냉대한다. 이들이 1944년 사이판 전투에 투입되기 전 조의 상관은 만약 암호병이 적군에 체포될 지경에 처하면 암호를 지키기 위해 그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조와 악스는 자신의 피보호자요 궁극적인 전우를 살해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전쟁영화의 자료들인 명령과 임무수행, 전우애와 용기와 함께 이 영화는 도덕적 갈등과 인종차별이라는 또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다. 단순한 액션영화의 범주를 벗어나 드라마와 인물들의 성격개발 그리고 감정묘사에도 충실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전투장면이 전편을 압도해 이같은 드라마와 감정적 부분이 후렴처럼 느껴진다. 나바호 암호는 한국전서도 잠시 사용됐다. R. MGM.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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