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의 건강성 해치는 소유에의 욕심

2002-06-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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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소유의 행복 / 이용범 엮어 씀 / 초당 펴냄

철학자 마르쿠제는 이 시대를 ‘풍요로운 감옥’에 비유한 바 있다. 물질은 넘쳐나도 마음은 자유롭지 못함을 꼬집은 말이다.

지난주에는 뱃살을 빼는 요령을 담은 책을 소개했다. 몸의 뱃살도 해롭지만 정신의 뱃살 또한 우리를 병들게 한다. 정신의 뱃살은 바로 욕심이고 소유욕이다. 소유에 대한 욕심이 커질수록 삶은 건강성을 상실해 간다. 그 욕심은 바로 마음의 콜레스테롤이다.

삶이 행복해지려면 근원적인 의미를 성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소유와 공명에 대한 욕심은 그런 성찰을 방해한다. 고기가 맛있다고 무분별하게 섭취하면 나쁜 콜레스테롤이 쌓여 건강을 버리게 되듯 소유욕이 지나치게 되면 종종 훨씬 큰 것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요즘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소유욕을 경계하는 내용의 책들이 어느 때보다도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개인 그리고 사회의 지향가치가 갈수록 물질 중심적이 되고 있는데 따른 반동현상으로 풀이된다.

소설가 이용범이 엮어 낸 ‘무소유의 행복’은 이런 책들 가운데 하나이다. 이 책은 무소유의 철학을 강의조로 거창하게 풀어내고 있지 않다. 역사 속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일화들로 꾸며져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되새겨 보도록 한다. 그래서 읽기가 쉽고 그런 대로 재미도 있다. 또 각 이야기마다 저자의 생각과 경구들을 덧붙이고 있다.

무소유란 무엇인가. 법정 스님은 자신의 한 책에서 "무소유는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쓴바 있다. 돈과 명예, 즉 소유가 행복은 아니다. 행복은 그래서 상대적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행복을 소유에 비례하는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면서, 살아서는 더 많이 가지려 욕심을 부리고 죽은 뒤 잊혀지는 게 두려워 명성을 쌓으려 한다. 또 호화무덤으로 이런 초조함을 달래려 하는 어리석은 군상들도 적지 않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죽은 다음의 명성에 대해 욕망을 가진 사람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예외 없이 죽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 다음 세대들도 곧 죽는다. 결국 명예란 죽은 이의 명성을 찬양하다가 죽어 버리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통해 전달되다가 마침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83쪽)
또 순자는 "나를 평하여 잘못을 고쳐주는 이는 나의 스승이요, 나를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이는 나의 벗이며 내게 아첨하는 자는 나의 적이다"라고 말했다.(176쪽) 아첨 받기 좋아하는 것 또한 소유욕에 다름 아니라는 통렬한 질책이다.

책을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덮고 나면 다시 집착으로 돌아가게 된다. 마음의 ‘요요현상’ 때문이다. 그렇지만 책을 통해 무엇을 얻어야겠다는 마음 자체가 욕심일진대 다시 집착으로 돌아간다 한들 무슨 대수이겠는가.


<조윤성 기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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