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자가 본 “여자, 여자, 여자”

2002-06-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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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 감독 - 주인공등 여성…내용도 모녀갈등 그려

‘올 걸 프로덕션’ 작품이라는 크레딧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제작, 감독, 각본 그리고 주요 출연진이 모두 여자들인 소위 ‘칙 플릭’(Chick Flick-여자들 영화라는 뜻)이다.

내용도 모녀간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여자친구들 간의 오랜 우정을 담고 있어 여자들이 좋아할 영화인데 너무 말캉한 점이 흠이다. 누르는 손가락에 조금만 힘을 주면 터져 버릴 너무 익은 과일 같다.

소설을 바탕으로 각색을 하고 감독으로 데뷔한 사람은 ‘텔마와 루이즈’로 오스카 각본상을 탄 캘리 쿠리. 전체적으로 크게 못난 것이 없고 유머와 감상성을 고루 섞은 드라마이긴 하나 쿠리는 드라마와 코미디 그리고 어둡고 아픈 과거와 밝고 생동하는 현재를 비롯해 여러 사람간의 관계 등을 골고루 잘 그리려다 오히려 맥빠지는 결과를 낳았다.


루이지애나 출신의 성공한 뉴욕 극작가 시드(샌드라 블락)가 타임지와의 인터뷰(배급사인 WB의 자매회사 타임지 선전이 눈에 거슬린다)에서 어린 시절 엄마 비비(엘렌 버스틴이 호연)와의 관계가 밝지 못했다고 얘기하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과도하게 드러매틱한 비비가 이 기사를 읽고 분개해 딸과의 절연을 선포하자 모전여전의 성격을 지닌 시드도 이에 맞선다. 모녀관계에 위기가 닥치면서 후유증으로 시드와 곧 결혼할 동거애인 카너(앤거스 맥페이든)와의 관계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게 된다.

고장난 모녀관계를 고친다고 나선 여자들이 비비와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로 야-야 자매들인 틴시(피오눌라 플래내간)와 카로(매기 스미스)와 네시(셜리 나이트).
이들은 비비에겐 알리지도 않고 뉴욕을 방문 시드에게 약을 먹여 루이지애나로 납치한 뒤 비비와의 화해 중재에 나선다. 그리고 시드는 야-야 자매들의 스크랩북을 통해 젊은 시절 비비(애슐리 저드)의 어두운 과거를 알게 된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현재와 과거가 교차로 묘사돼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는 점도 결점이다. 루이지애나의 경치를 찍은 황금빛 나는 촬영을 비롯해 음악과 여성 연기파 배우들의 수다와 요란 떠는 연기 등 볼만한 것들도 꽤나 있다.

그러나 “야-야 자매 만세”를 목표로 너무나 관객에게 예쁘고 귀엽게 보이려고 애를 써 오히려 거부감이 인다. 비비의 남편(제임스 가너)이 성인처럼 묘사된 점과 시드의 두 동생이 현재에는 언급 안된 점도 이상하다. PG-13.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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