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린 두자녀와 ‘음악놀이’ 한나절

2002-06-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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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트를 전공한 음악도 답게 정선아(31·주부)씨는 임신했을 때도 태어날 아기의 지능과 정서를 위해 모차르트와 바하를 연주했었다. 자녀 교육에 열심인 것이 어디 맹자 어머니뿐일까. 올해 세 살 박이 현준과 9개월을 갓 넘긴 승희는 엄마를 닮아 그런지 노래를 들으면 고개도 제법 박자에 맞춰 까딱거린다.

한참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다른 어떤 분야보다 조기교육이 중요한 음악이기에 그녀는 치맛바람을 좀 날리기로 했다. 살고 있는 동네 근처에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 학교가 없나 찾아보던 그녀의 눈에 ‘Let’s Make Music School’이 번쩍 들어왔다. 그녀는 현준이가 두 살 때, 그리고 승희가 아직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뮤직 클래스를 데려갔다.

어린이 음악 학교의 클래스는 리듬, 음정, 율동 등 음악의 기초 요소를 놀면서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꾸며진다. 쉬운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면서 박자와 음정을 익히며, 음악을 틀어놓고 엄마와 자녀가 함께 춤을 추면서 율동을 익히기도 한다. 머리는 하늘을 향한 채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음악에 맞춰 원을 그리면서 그녀는 몸뿐만 아니라 영혼도 함께 춤을 춘다는 것을 느낀다.


가끔씩 클래스에서는 프로코피에프의 ‘늑대와 소년’처럼 동화를 들려주며 그 효과음을 어린이들이 함께 참여하게 하는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나팔 소리를 해야할 때 현준이를 비롯한 어린이들이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주먹을 만들어 입 앞에 가져다대 ‘붐붐’ 소리를 내는 모습이란. 이를 지켜보는 정선아씨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곤혹스럽다.

아직 채 걷지도 못하는 아가들에게는 과연 어떤 식으로 음악 교육을 시킬까, 그녀도 못내 궁금했었다. 9개월 된 승희가 참여하는 클래스에서는 색깔 있는 스카프를 움직여가며 율동을 익히게 하고 소꿉장난 플라스틱 양동이를 뒤집어 놓고 두들기며 리듬을 느끼게 한다. 아가를 안아 높이 들어올렸다가 내리는 것을 반복하는 클래스를 통해 그녀는 예전에 우리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가들을 데리고 하시던 도리도리, 짝짜꿍, 곤지곤지, 까꿍 놀이가 모두 음악적 감각을 키우는 데 탁월한 놀이였음을 깨닫는다.

강아지들의 훈련 학교가 강아지 주인인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처럼 아가들을 위한 음악학교 역시 아가들뿐 아니라 결국은 부모들을 가르치는 클래스. 자녀들에게 참 이른 조기교육을 시키면서 그녀는 대학 시절 플루트를 전공할 때도 갖지 못했던 음악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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