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돈 1달러로 건진 나만의 ‘실속 센스’

2002-06-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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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나절 다리품에 헌옷 ‘누명’벗고 화려한 부활

▶ 다나 성 - 친구 신귀정씨 할리웃 중고품 부틱 나들이

입추의 여지도 없이 가득 들어찬 옷장을 보면서도 입을 옷 하나 없다는 여자들의 푸념은 남자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 계절이 바뀌면 그 많은 옷 놔두고 또 새 옷을 샤핑하러 나서는 것은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일 게다. 초여름 바람이 살랑거리는 계절, 따뜻한 햇살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새 옷이 필요하다고 느낀 다나 성(26·결혼 정보 회사 근무)씨는 친구 신귀정씨(27·학생)와 함께 주말샤핑을 나섰다. 오늘 두 친구가 함께 찾은 곳은 헐리웃의 중고품 부티크인 ‘The Studio Wardrobe Department’. 지난겨울, 멋쟁이 선배가 주윤발처럼 긴 코트자락을 펄럭이며 나타났을 때 어디서 샀냐고 물어봐 두었던 곳이다.


넓은 매장에 빼곡하게 걸려있는 저 수많은 옷들. 스웨터, 바지, 치마, 드레스, 자켓, 코트, 블라우스, 셔츠. 옷이란 옷은 종류 별로 색깔 별로 골고루 갖추어 놓아 구경만 해도 하루가 후딱 지나갈 판이다.

목도리나 스카프, 모자, 넥타이도 독특한 디자인이 많고 야성적인 군인 스타일의 패션, 남자들도 좋아할 만한 독일 장교 군복, 해군들의 세일러복 등 다양하고 특이한 옷들이 깔려 있어 도대체 무엇을 어디서부터 봐야할 지 망설여진다.


초여름의 기분을 흠뻑 느낄 수 있게 아침저녁으로 입어도 좋고 등에 걸쳐 메도 좋은 밝은 색상의 가볍고 따뜻한 스웨터를 찾고 있었던 다나 성씨는 그 많은 옷가지 사이를 오가며 요것 조것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한다.

싱그러운 연두 빛 바탕에 빨강, 노랑, 생명력 가득한 색깔이 곱게 짜여진 스웨터가 한눈에 쏙 들어왔다. 누가 얼마 입지 않다가 팔았는지 올 하나 풀린 것 없이 말짱하다. 가격은 6달러.

무척 싸다 느끼겠지만 이곳에서는 상당히 비싼 편에 속한다. 까만 색과 하얀 색이 교차하는 체크 무늬의 셔츠는 피부에 와 닿는 감촉이 무척 부드럽다.
소재가 고급스런 100퍼센트 실크로 겉에 입으면 자켓처럼 입을 수 있을 것 같고 이래저래 씀씀이가 많을 것 같아 집어들었다.

홍혜경이 주연하는 오페라 투란도트에 입고 갈 멋진 드레스가 필요했던 신귀정씨는 요란한 색깔과 디자인의 웨딩 들러리, 프람 파티 드레스들 사이에서 은회색 중후한 색상의 롱 드레스를 발견했다.

언뜻 보기에는 꼬깃꼬깃 남루하지만 드라이 클리닝을 하고 길이를 조금 줄인다면 훌륭한 음악회 의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가격은 믿거나 말거나 1달러. 감색에 흰 테두리가 더해진 조끼도 셔츠 위에 덧입었더니 아주 산뜻해 보인다.

철이 지나긴 했지만 분홍색 꼬리가 달린 알록달록한 색상의 모자는 너무 귀여워 만지작거리다가 큰 맘 먹고 구입한다. 6달러나 되니 이곳에서는 그리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4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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