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액션보다 서스펜스 위주의 스파이물

2002-05-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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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포의 총계’
(The Sum of All Fears)
★★★½(5개 만점)


탐 클랜시의 스파이 액션 스릴러 시리즈의 주인공인 CIA 정보분석가 잭 라이언의 활약을 그린 네번째 영화다. 알렉 볼드윈(‘붉은 10월호를 추격하라’)과 해리슨 포드(‘애국자 게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이어 벤 애플렉이 라이언으로 나왔는데 무척 평범한 연기를 보여준다.

‘붉은 10월호를-’가 액션보다는 지적인 고양이와 쥐의 게임을 다룬 반면 ‘애국자 게임’과 ‘명백하고-’은 보다 액션위주였다. ‘모든 공포의 총계’는 다시 첫 편의 스타일로 돌아간 편인데 액션을 가급적 자제하고 공포와 긴장과 서스펜스에 치중하려 애썼다.


그러나 결과는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비교적 차분한 솜씨의 필 앨든 로빈슨 감독은 핵을 둘러싼 미·소간의 긴장감 팽팽한 대치상황을 묘사하는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액션을 다루는 데서는 습작 만들듯 엉성하기 짝이 없다.

오스트리아의 네오 나치 억만장자인 사업가 리햐르트(앨란 베이츠)가 이스라엘과 이집트 전쟁 때 분실된 미제 핵폭탄을 손에 넣으면서 리햐르트는 이것을 이용, 미·소간 전쟁을 유발시킬 계획을 짠다. 그는 러시아의 핵폭탄 전문가 3명을 고용, 새로 핵폭탄을 만들어 이것을 수퍼보울이 열리는 볼티모어 경기장에 설치한다.

한편 CIA 국장 윌리엄(모건 프리맨)과 함께 러시아의 핵폭탄 제거 현장을 검사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간 젊은 정보분석가 잭(벤 애플렉)은 핵폭탄 전문가 3명이 현장에 없는 사실을 발견한다. 러시아는 갑작스런 대통령 유고로 새 지도자 네메로프(시아란 힌즈)가 집권했으나 그가 서방세계에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어서 백악관은 당황한다. 그리고 러시아의 강경파 군부는 네메로프의 명령 없이 체츠니야를 공격, 백악관을 혼란에 빠뜨린다.

최후의 순간에 볼티모어 구장에 핵폭탄이 설치됐다는 정보가 전달되면서 윌리엄은 경기장으로부터 대통령(제임스 크롬웰)을 급히 빼돌린다. 그리고 잠시 후 핵폭탄이 터지면서(처참한 장면은 쓰지 않았다) 윌리엄은 죽고 부상을 당한 대통령은 공군 1호기에 탑승, 참모들과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크렘린 측으로부터 러시아는 핵폭탄과 무관하다는 통보를 받은 미 관리들은 도대체 누가 핵폭탄을 터뜨렸는지를 몰라 당황한다. 그러면서도 러시아를 공격하기 위해 비상경계령 제1호를 발동, 미·소간 핵전쟁의 위기가 감돈다. 영화는 공군 1호기와 크렘린간의 긴장된 분위기 묘사에 장시간을 할애하는데 지적 긴장감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드라마와 액션의 조화가 균형을 잃어 팔이나 다리 한쪽이 달아난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라이언에게 예쁘고 똑똑한 의사 애인(브리젯 모이나한)을 만들어 줘 제임스 본드 흉내를 냈는데 연기파들이 조연으로 나온다. 현실성 가능한 이야기인데다 9.11테러로 미국사람들에게 더욱 근접감을 느끼게 할 영화인데 전체적 구성이 산만하고 힘이 없다.
PG-13. Paramount.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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