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때 그 감동 담아와야지”

2002-05-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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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게티 가족축제’참가하는 엘렌 전씨의 설레임

초여름의 미풍이 코를 간질이는 6월의 첫 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이벤트를 찾고 있다면 게티 센터를 찾을 일이다. 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종일토록 게티 센터에서는 올해 두 번째 ‘게티 패밀리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아이리스는 물론 인류 문화의 보고를 한아름 안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렇게 이곳에 발걸음을 하기가 힘들었는지. 두달 전 있었던 첫 번째 패밀리 페스티벌 때야 비로소 아들딸 손을 잡고 게티 센터를 찾은 엘렌 전(34)씨는 진작 이 풍성한 문화적 오아시스를 향유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LA에 살고 있는 다양한 공동체의 가족들이 모두들 손에 손을 잡고 게티 센터를 찾았던 지난 축제 때 제임스 앙소르의 그림(서관 인상파 화가의 방 한 벽면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Christ’s Entry into Brussels in 1889)을 본 따 만든 대형 인형들이 중앙의 광장을 오가며 어린이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하고 등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놀라움을 선사하는 모습은 유럽 유서 깊은 마을의 봄맞이 축제와도 같은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곳곳에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웍샵 테이블이 다양하게 마련됐다. 하드보드 종이는 물론이고 리번과 반짝이, 깃털 등 갖가지 소재가 테이블에 놓여있지만 초등학교 미술 시간 이후 손을 놓은 지 오래라 부모들은 도대체 뭘 어떻게 만들어줘야 하나 무척 고민스럽다. 이런 부모들을 대신해 친절하게 어린이들을 지도해 주는 스태프들이 어찌나 고맙던지.

민우와 수연이는 이탈리아 베네치안들이 축제 때 썼던 가면, 그리고 손과 발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을 만들며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크레용으로 칠해 넣은 색이 삐뚤삐뚤 고르지 않지만 스스로가 만들었다는 것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던지 집에까지 모셔와 두고두고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바쁜 시간을 짜내 축제에 가길 참 잘 했다 싶다.

중앙 광장의 무대에서 시간마다 펼쳐지는 댄스와 음악 공연, 그리고 전시관의 그림과 조각들은 문화에 대한 목마름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정도를 넘어 포만감을 안겨 주었다. 내일 두 번째로 마련되는 패밀리 페스티벌에 참여한다면 다음 번 축제가 열리는 8월초까지 삶을 풍요롭게 살아갈 만한 감동을 가슴에 담아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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