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잠재수명은 유전적으로 타고 나는 것”

2002-05-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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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

인간들은 죽음이 숙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정신적으로 이를 맞이하기 위해 철학과 종교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면서도 죽음을 조금이라도 더 지연시키기 위해 과학과 의술을 개척해 왔다. 이런 노력은 인류가 존재하는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틀림없다.

과연 인간은 얼마까지 살수 있는 것일까. 일부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은 지난세기에 인류의 수명이 엄청나게 늘어났듯이 인간의 한계수명은 앞으로도 계속해 늘어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이런 전망에 편승해 노화를 방지하고 수명을 연장시켜 준다는 갖가지 약품과 상품들이 난무하고 그 판매액 또한 엄청나다. 모두가 오래 살고픈 인간들의 욕망이 반영된 결과이다.


그런데 인간의 한계수명은 이런 장밋빛 전망처럼 100세를 넘어설수 있을까. 노화문제 전문가인 스튜어트 올산스키와 브루스 칸스는 자신들의 책 ‘인간은 얼마나 오래 살수 있을까’에서 이 질문에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두 사람은 엄청난 규모로 커지고 있는 수명연장산업에 대해 “한숫가락의 불량 과학과 한컵의 탐욕, 약간의 과장, 건강한 장수에 대한 인간의 욕망 한통이 뒤섞이면서 그릇된 희망과 헛된 약속, 채워지지 않는 꿈이라는 요리가 만들어졌다”고 일갈한다.

이들의 기본적인 주장은 인간의 노화에 따른 질병 대부분은 조상에게 물려 받은 유전적 유산의 산물로 인체가 ‘보증기간’을 초과해 생존함으로써 이런 유전적 유산이 발현돼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잠재적 수명은 개개인이 유전적 소인에 따라 타고 나는 것이라는 말이다.

인간의 기대수명이 100세를 넘어설 것이라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은 모든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완벽하게 절제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노화도 질병도 겪지 않는 유토피아 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한다. 또 대체의학이라는 이름아래 노화방지제로 판매되고 있는 많은 제품들은 전혀 가치가 없으며 생체시계는 앞이라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노화를 역전시킬수 있는 마법의 물질이나 행위, 수단은 어디에도 없다고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잠재수명을 주어진 운명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수명자체를 개인의 힘으로 늘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생명에 대한 생물학적인 계약관계에는 허점이 있기 때문에 발병의 위험을 낮춘다든지 건강을 증진하는등 잠재수명을 다할수 있도록 개인적으로 할수 있는 일은 매우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제안하는 방식은 매일 30~60분씩 활발한 운동을 할 것,

과일 채소 섬유질을 많이 먹고 단백질은 지방이 적게 함유된 음식으로 적정량을 먹을 것, 매일 숙면을 취할 것, 매일 신체 마사지를 할 것, 섹스를 자주 할것등이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집착하기 보다는 오히려 편안한 생활방식를 택할 것도 아울러 강조한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마음의 태도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학생들 앞에서 읖조렸던 대사 한마디를 던진다. ‘카르페 디엠(그날을 살아라).’

이 책은 수명연장론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수명연장과 관련한 이론들로 뜨거운 바람을 일으켰던 인사들이 어떻게 사망했는지도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주장의 허구성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때 한국에서 검은콩, 초콩으로 장수할수 있다며 장안의 콩값을 한껏 올려 놓았던 안현필씨는 자신이 100세가 훨씬 넘도록 살것이라고 호언했지만 90도 채우지 못하고 사망했다. 그의 초콩이 잠재수명을 다하도록 도와준 것은 분명하지만 그 수명을 뛰어 넘도록 하지는 못한 것 같다. <조윤성 기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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