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년은 인생의 본질 발견하는 시기"

2002-05-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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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아야코 ‘중년 이후’
제드 다이아몬드 ‘남자의 갱년기’


요즘 ‘위기의 남자’라는 한국 드라마가 인기이다. 흔들리는 중년 부부의 갈등이 이야기의 축을 이루고 있는 것 같은데 이처럼 중년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기의 시기’로 다가선다. 육체적인 쇠락과 사회적 지위의 불안정은 심리적 위기감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중년은 고달픈 시기이다.

삶을 조화롭게 꾸려가는데 있어서 중년의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 하는 문제는 절대적인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수 있다. 그래서 이 시기의 여러 가지 증후들을 잘 극복해수 갈수 있도록 돕기 위한 의학적인 처방과 치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것들은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중년을 맞아 들이는 자세와 생각에 변화가 따르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다.

일본의 인기작가 소노 아야코가 쓴 ‘중년이후’와 미국의 심리상담가 제드 다이아몬드의 ‘남자의 갱년기’는 중년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수 있는가를 다룬 책들이다.


소노 아야코는 중년을 ‘인생의 본질을 발견하는 재능이 솟아나는 시기’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육체적으로는 점차 볼품이 없어져 가지만 젊은날의 만용이 사라지고 인간을 바라 보는 눈이 따스해 진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용서가 뒤따르게 되고 추한 것, 비참한 것에서도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는 ‘정신적인 개안’이 이뤄진다.

중년에 가져야 할 무엇보다 필요한 태도는 ‘관조’가 아닐까. 아야코는 ‘진격’보다 ‘철수’를 준비해야 하는 중년에는 마음을 비우고 미완성에 감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나 한사람 없어도 세계는 잘 돌아가고 어느 한사람 곤란해 하는 사람이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런 인식에 눈뜰 때 비로소 중년의 삶은 따스해지고 평안해질수 있을 것 같다.

’중년이후’가 이 시기의 가치관을 다룬 책이라면 ‘남자의 갱년기’는 좀 더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그동안 갱년기는 여자들에게만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남자들에게도 갱년기가 있음이 의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남자의 갱년기는 여자보다 훨씬 완만하게 진행되는데다 개념 자체가 생소해 사회적, 의학적으로 적절한 도움을 얻기가 힘들며 여기에 갱년기 남자들의 비극이 있다고 지적한다.

남자들의 갱년기는 운동능력의 저하, 성욕감퇴, 발기부전등 육체적 변화와 기억력 감퇴, 우울 불안등 심리적 변화로 나타나며 이것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저자는 우선 육체적 증상들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요법들과 습관 개선에 관해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나 발기부전의 경우 바이애그라가 시판되기 전에 쓰여진 까닭인지 조금은 뒤떨어진 의학적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 책 또한 남자들의 갱년기 극복에는 약물요법 못지 않게 삶의 태도가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칼 융이 ‘삶의 오후’라고 표현한 이 시기에는 신체적 건강 못지 않게 아버지로서, 사회의 어른으로서 젊은이들을 지도하는 역할을 통해 생활의 기쁨과 역동성을 얻을수 있다는 것이다. 삶의 전반기 목표가 성취였다면 후반기에는 삶의 무형적인 측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조윤성 기자>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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