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싱싱한 꿀 딸기 직접 따 올테야"

2002-05-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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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주말, 자녀에게 자연의 숨결을...

봄이 무르익어 여름으로 향하는 길목, 세상은 향기로 가득하다. 라일락, 장미등 꽃들만큼 달콤한 향기를 지닌 딸기가 제철을 맞아 터질 듯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들을 유혹한다. 가끔씩 디저트 샵에서 초컬릿을 듬뿍 묻힌 긴 줄기 달린 딸기를 보면 너무나 탐스러워 세상에 저런 딸기가 정말 있기나 한 걸까 싶었는데. 드디어 그런 딸기를 발견했다. 그것도 가판대가 아니라 밭에서 직접 따는 딸기를.

하늘이 마냥 푸르기만 한 지난 주말 수필가이면서 요식업을 하는 최종윤(51)·지연씨 부부는 아들 준성이와 준희를 데리고 무어팍(Moorpark)에 있는 티에라 레하다 가족 농장(Tierra Rejada Family Farm)으로 봄나들이를 떠났다. LA에서 자동차로 1시간, 가는 길의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아내와 밀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농장에는 피크를 맞은 딸기를 직접 따며 농장에서의 하루를 체험하러 온 가족들의 모습이 꽤 눈에 띈다. 딸기를 맛보고 딴 후에 그 수확물과 아이들을 농장 측에서 빌려준 왜건에 태우고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들의 표정에서 잔잔한 행복이 전해져 온다.


농장 입구에서 딸기를 따 담을 수 있는 1파운드짜리 투명 플래스틱 상자를 집어들고 밭으로 향한다. "아빠, 여기 예쁜 딸기 있어." 준희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과연 탐스러운 빨간 색에 씨가 톡톡 박힌 딸기가 찬란한 햇빛을 받아 반사되는 모습이 어여쁘다. "어! 맛있겠다!" 달콤한 향기에 끌린 준성이는 딸기를 따다가 급한 마음에 우선 입으로 가져간다. 무공해 농법으로 재배되는 것이어서 물에 씻지 않아도 해가 되지는 않는다. 농장에 온 다른 가족들 역시 딸기를 맛보느라 입 언저리가 빨갛게 물들지만 누구 하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딸 수 있는 카마로사(Camarosa)와 챈들러(Chandler)종의 딸기는 알도 굵고 설탕을 뿌리지 않아도 그 맛이 아주 달다. 곧게 나 있는 길을 따라 딸기를 고르다가 새빨간 색깔의 잘 익은 열매를 발견한 지연씨는 성급하게 물에 씻지도 않고 한 입, 뚝 베어먹는다. 어디에선가 달콤한 과일주 냄새가 나 들여다보니 수확의 때를 놓친 딸기가 발효되고 있다.

활짝 핀 하얀 딸기 꽃은 이제 또 태양 빛과 물, 그리고 땅이 함께 요술을 부려 달콤한 과즙 가득한 딸기로 변하겠지. 아직 채 자라지 않은 초록색의 어린 딸기 열매 역시 준성이와 준희가 그랬듯이 알 굵은 딸기로 무럭무럭 자라날 터이다. 열심히 따다 보니 벌써 여섯 상자가 됐다. 가까이 사는 언니네 가족에게 가져다주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에 지연씨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감돈다.

요즘 LA 인근의 마켓에서는 6개들이 바구니의 딸기(반 박스)를 5달러 내외에 세일하고 있다. 딸기 농장에서 내가 따는 딸기는 파운드당 1달러49센트, 그리 싸다고도 비싸다고도 할 수 없는 가격이다. 남들이 따 놓은 딸기를 편하게 먹는 방법도 있겠지만 1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를 운전해 달려가 아직 대지로부터 탯줄이 채 끊기지 않은 신선한 딸기를 따먹는 맛과 그 즐거움에 비할까. 땅 냄새가 그리운 부모님들은 물론,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도 좋아해 가족들의 하루 나들이로 부족함이 없는 곳이 농장이다.
<4면에 계속, 관계기사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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