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디오 동호회

2002-05-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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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주말모임

축음기의 칙칙 바늘 긁히는 소리와 함께 울려 나오던 ‘별은 빛나건만’의 선율에도 감지덕지하던 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요즘 오디오 기기와 녹음 기술은 거의 원음 그대로를 재생해 낼만큼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스칼라, 메트로폴리탄, 코벤트 가든에 가지 않고도 아무 때고 세계 최정상의 음악인들을 안방으로 초대하면 그들은 몇 번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연주를 계속해 준다. 고 작은 박스 안에 뭐가 들었기에 이 신비한 마법이 가능한 걸까.

오디오파일들의 모임, 오디오 동호회가 결성된 것은 지난 1996년. 한 오디오 전문 숍에 자주 들락거리던 오디오매니아들이 서로 친해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이 만들어졌다. 실제 오디오 기기를 써 본 회원들의 생생한 정보 교환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것. 약 20명의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 정기 모임 외에 오디오 전문 잡지나 레코드를 공동 구매하기도 하고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오디오 쇼에도 함께 참가한다. 최근 오디오 동호회는 중국 커뮤니티의 오디오 모임과도 합동으로 자리를 마련하는 등 양적·질적 발전을 꾀하고 있다.

매달 세 번째 토요일이 다가오면 오디오 동호회의 회원들은 가슴이 설레어 온다. 이번 달에는 또 어떤 회원의 집에서 어떤 오디오 기기로 어떤 음악을 나눌 것인가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정기 모임 때, 회원들은 차례대로 돌아가며 다른 회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와 함께 오디오 음악 감상을 즐긴다.


같은 회원이라도 매번 갈 때마다 다른 소리를 즐길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바지런함 때문이다. 오디오 시스템을 조화롭게 꾸며 놓았다가도 또 다른 케이블과 스피커로 바꾸는데 그들은 무척 빠른 발을 지녔다. 이렇게 부지런한 남편들을 두어서일까. 음식을 준비하는 아내들도 바지런하긴 매한가지. 그녀들은 늘 새로운 메뉴로 상을 꾸며 회원들을 감동시킨다.
가끔씩은 회원의 집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지난 해, 전영훈 회원이 뵈젠토르퍼 피아노를 구입했을 때는 첼리스트를 초대해 피아노와의 협연으로 슈만, 슈베르트의 소품들을 청해 들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있어서일까. 학교 다 졸업하고 철들은 후에 만났지만 오디오 동호회 회원들은 서로 참 도타운 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래서 주중에 만나 점심 식사도 자주 하고 철 따라 가족 단위로 여행도 같이 떠난다. 오디오 동호회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 이들은 (213) 389-1400, 고재남 회장에게 연락하면 된다.<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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